담장을 허물고 학교를 열자

황영익 장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새로운 도시문화 창출을 위하여, 모든 기관의 담장을 허물고 학교를 열자고 제안해 본다. 서로 손을 맞잡는데서 어울림의 싹이 튼다. 담장이 없고, 정원 같이 아름답고, 새들이 날며, 강물이 흐르고, 맑은 공기에, 찬양이 울려 퍼지는 생명감이 넘치는 것이 선진국들의 도시공간이다.
하지만 외세로 분단된 조국은 6.25를 겪으면서, 전 국토에 걸쳐 둘러쳐진 담장은 자발적이지 않은 체류자의 모습처럼 보인다. 군대를 유지하는 시스템은 엄격한 규율, 복종, 감시, 처벌이다. 연병장, 사열대, 막사로 구성된 병영 모습들, 일제 강점기의 운동장, 구령대, 교사(校舍)로 학교 건축 양식을 적용시켰다. 입대하듯 머리를 깎고 군복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사열을 받듯 조회를 섯다. 식민지 백성에게 창의적인 사고는 위험했고 던져 준 교과서를 토씨까지 외우는 암기력만 중요했다.
공공기관 주변의 조직은 모두 잠재적 위협 요소들이었던 모양이다. 담으로 주위를 두르고 도시를 점거하듯 담으로 에워쌌다. 그 영향으로 우리의 교육은 유별나다. 도시도 바꾼다. 소위 좋은 학군이 아파트 가격을 붙들고 있다. 신도시의 성패는 좋은 학교의 유치에 달려있다. 천문학적 교육비의 열기 속에서도 학력 수준 저하라는 한탄이 끊이지 않는다. 중 · 고등학교 미혼모와 교내 총격 사건이 즐비한 나라로 조기유학을 보내겠다는 ‘기러기 아빠’의 가족분열이 일상적 사회현상이 되었다.
문제다. 바꾸어야 한다. 지식 · 정보사회다. 서양인이 사용하지 않는 문법책이 영어책이라면서 외우라던 시대가 아니다. 시와 소설을 읽고는 모두 똑같은 느낌을 받거나 똑같은 연상을 해야 하는 때도 아니다. “오늘 네 행복을 위하여 여호와의 명령과 규례를 지킬 것”(신 10:13)을 가르쳐야 한다. 대학가에 서점은 없고 유흥가만 즐비하다고 개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외우기 전에 묻는 학생들이 필요하다. 뜨거운 걸 마시고 시원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개성이 넘치는 역동적인 젊은이가 있어야 한다. 가끔은 엉뚱하다고 느낄 정도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부끄럼 없이 내 뱉는 머슴아들의 소리침도 긴요하다. 청소년들은 이 나라의 등불이다. 그들의 비전이 미래 한국을 좌우한다. 학교는 공간으로 이루어진 교과서다. 학교는 담부터 허물어야 한다. 학교들의 문화센터가 근린공원이 되어야 한다.
이유 없이 쌓아 놓은 모든 기관 그리고 아파트의 담장도 허물어야 한다.
열린 교육은 열린 도시의 열린 학교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계를 나의 마당으로 삼는 대한의 아들 딸들이 쑥쑥 자라나게 될 것이다고 믿는다.

200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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