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 않은 미국 유학기간 동안 말로만 듣던 미국사회의 일면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한 기회는 저로 하여금 사랑하는 조국을 ‘밖에서‘ 새롭게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싫든 좋든 앞으로 수 십 년간은 전 세계를 이끌어 갈 지도자적 위치의 나라인 것 같습니다. 중국이 급속히 부상하고, 인도가 추격하고 있다고 하나, 이는 모두 미국이라는 ‘시장‘을 전제로 할 때만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 결국은 미국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 비록 20세기 후반과 같은 ‘패권‘을 휘두르진 못한다 하더라도 쉽게 그 지도적 위치를 내어줄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또한 미국은 많은 고민도 안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의 개시동기에 대한 부시대통령의 석연치 않은 행동과 카트리나로 드러난 흑백갈등의 표출, 무자비한 학교 총기사고, 대법관의 지명과 관련한 또 다른 보수와 진보의 갈등 등 어쩌면 당장 국가가 무너질 것 같은 큼직한 사건들이 매일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 미국은 건재합니다. 전 미국에 있는 동안 내내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곤 했습니다. 물론, 뒤 섞인 이민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질서의식과 소수자, 약자를 우대하는 사회풍토, 그리고 격식과 체면보다는 실리와 핵심을 추구하는 그들의 실용주의등도 당연히 그 바탕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전 그래도 아직까지 미국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정신적인 기초는 ‘신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불교가 성행하고, 이슬람이 그 세력을 확장해 가고, 알지 못할 동양의 신비 종교들이 그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건전한 다수의 보수 기독교인‘들이 그 사회의 뿌리를 붙잡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작년 겨울 어느 주일 아침 라디오에서, 한 젊은 여자 청년이 남미의 한 지역을 관광차 방문했다가 그들의 처참한 삶을 보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모금행사를 가지고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가 그들과 함께 학교를 짓고, 어린이들로 하여금 문맹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는 간증을 들었습니다. 그 간증을 들으면서 아직도 이 나라에는 무명의 많은 크리스찬들이 자신에 대한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과감히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제3세계로, 알려지지 않은 미개척지로 떠나고 있고, 또 돌아오고 있구나 하면서 속으로 감탄했습니다. 부시대통령이 미국 국민들로부터도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올해 초 행한 상하 양원합동회의에서의 연설(State of Union Address)을 들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던 것은, ‘미국이 자신의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나라로 전락하지 않겠다‘ (America rejects the false comfort of isolationism.)는 대목에서였습니다. 아마도 그건 하나님을 따르는 미국의 형제, 자매들의 마음속에도 동일하게 메아리 치는 잠언이 아닌가 합니다. 제가 출석하던 교회의 목사님은, 설교시간에 ‘우리 이민자들은 한 번 고향을 떠나본 적이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나라로 떠나는 나그네의 삶에 익숙하다‘라고 하셨는데, 정말 동감이 되었습니다. 미국은 이미 자신의 고향을 떠나본 적이 있는 이민자들의 나라입니다. 더구나, 많은 미국 크리스찬들은 자신의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하여 이웃을 섬기고, 언제든 하나님의 특별한 부르심이 있다면 자신들의 안락함을 버리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진정한 나그네들‘로 보였습니다. 잠시 머무르면서 그들의 안 좋은 면도 본 게 사실이지만, 그 보다 더 많은 신뢰와 존경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건 아직도 그 나라에 언제든 나그네의 삶을 살 준비가 된 크리스찬들이 있다는 것과, 대통령이 모든 국민 앞에서 ‘하나님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 (May God bless America!)‘라고 외치고 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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