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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여러해 전 부산대학교에서 본고사 계속 실시여부를 이슈로 한 세미나에서 본고사 계속 실시를 찬성하는 입장에서 주제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 때 한 분은 수능만으로 선발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필자는 그 때에 수능이 10년쯤 계속되면 변별력이 상실되고 수능 때문에 고등학교 교육 특히 각 교과교육이 파행을 걷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결국 2008학년도 수능이 등급제가 되면서 1등급이 24000명을 추산하게 되어 유수한 대학에서는 수능과 내신만으로는 입학생을 뽑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자 논술에 대한 관심이 폭풍처럼 증폭되고 있다.
지금의 대입논술은 수능 초기 본고사 금지의 한 대안으로 제시되어 대입 합격에 다소 작용하여 왔으나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2008학년도는 유수한 대학의 경우 응시생 대부분의 수능과 내신점수가 똑같거나 비슷한 학생이 지원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논술이 우수학생을 가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되고 말았다.
이 시점에 논술이 무엇 때문에 대학입학능력을 측정하는 도구가 되었으며 측정의 타당성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논술이 가장 바람직한 측정도구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 삼불정책이 고수되고 있는 마당에 논술이 차선의 도구는 될 수 있다. 필자는 그동안 수차례 부산대학교의 논술 출제와 채점에 관여하였으며, 몇 해 전에는 우리 과 입학생을 2년 동안 관찰해 본 적이 있다. 비록 적은 숫자이지만 대학에서의 성적과 상관성이 가장 낮은 것이 수능 점수이고 그 다음에 내신 성적이고 가장 관계가 있는 것이 논술 고득점이었다. 물론 대학의 평가가 주관식으로 논술과 가깝기 때문이지만 논술 점수가 고득점이 아닌 경우에는 상관관계가 내신 성적보다는 나은 편이었으나 유의미하지는 않았다.
대학에서의 학업은 대부분의 학과가 그러하지만 특히 인문사회과학(법학, 경영학을 포함)의 경우 전공서적을 읽어내고 그것을 요약하고 교수들의 강의를 통하여 심화한 후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독해력(읽기), 청취력(듣기) 그리고 작문력(쓰기)이 학문연마의 성공을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측정하기 위하여 등장한 것이 논술고사이며, 그 가운데 대부분의 대학이 자료 제시형 논술을 지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료 제시가 감각적이고 시사적인 문제보다 추상적이고 고전적이며, 문학작품의 경우에도 깊은 사상이나 생각을 담고 있는 글들에 집중되고 있다. 논술의 분량도 점점 길어져 1500자 이상을 2008학년도는 2500자까지 늘어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대입논술은 단순한 작문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다. 문해력(文解力)(혹은 文識性)을 측정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논술에서 읽기와 쓰기 능력을 측정하며, 심층면접에서는 말하기와 듣기 능력을 측정하여 대학에서 수학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응시생들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것이다.
결국 논술의 고득점은 응시생의 그 동안의 독서의 양과 질 그리고 그것을 요약하거나 분석하는 능력과 이를 바탕으로 자기의 주장을 창의적으로 서술하는 능력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일시적이거나 예상문제 풀이식 지도로는 효과를 거두기가 힘들다. 국어과의 『독서』와 『작문』시간을 체계적으로 고등학교 2학년(11학년)까지 지도하고 국어과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이러한 능력을 기르는 쪽으로 교수-학습 방법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3학년 때에는 지금까지 배운 능력을 바탕으로 대학 입시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한 진로 지도이다.
최근 부산시 교육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이 교과학습과 유리된 교양으로서의 독서가 아니라 모든 교과 심지어 과학교과도 실험하고 관찰한 바를 글쓰기로 보여준다는 교과독서 즉 학습독서로 교수-학습 방법의 일대전환이 강구될 때 논술에서의 고득점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논술고득점에 왕도가 없다. 논술 고득점을 위해서는 장거리 그것도 문자를 깨친 이후부터 지속적인 책읽기라는 마라톤을 통하여 길러야하며 그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어떤 직업인이나 전문인으로서의 업무추진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양 왕 용 교수
부산대학교 국어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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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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