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호 학장(경성대 신학대학 학장)
사형제도에 대한 한국교회의 두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 보수측(한기총)은 공식적으로 사형지지 성명서를 냈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고귀하고 존엄한 존재이므로 어떤 사람이 고의로 다른 사람을 죽인 경우에는 사형이 시행되도록 하나님께서 의도하시고 명령하셨다는 것을 믿는다.” 하나님은 사형수의 생명권만을 생각하지 않고 살해당한 자의 생명권도 동일하게 귀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그의 형상으로 만드시고 생명을 파괴하는 살인을 엄격히 금한 것이다. 성경은 살인한 자는 반드시 죽으리라(창 9: 6, 출 21:12, 민 35:31)고 하였다. 여기서 살인 행위는 보복의 차원이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의 실현과 관련해서 생각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보수측 입장에 있는 한 신학자는 “하나님의 의지가 인간생명의 존엄성보다 우선하는 것이 성경의 가치관이다”고 전제하면서 보편적인 사형제도의 폐기는 반드시 죽어야 할 죄에 대하여 “반드시 죽으리라”고 선언하신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거역으로 보았다. 사형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단순히 범행자의 인권에만 치중한 나머지 살해당한 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하나님의 정의를 간과한 감상주의에 빠지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사형제도 필요성의 배경에는 살인이 살인을 계속 낳는 연속 살인행위 자체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사는 곳은 유토피아(utopia)의 세계가 아니라 아직, 성화되지 않은 현실(reality)이라는 것이다. 의인이 많은 세상이라면 무슨 사형제도가 필요하겠는가 라는 입장이다. 사형제도는 정의가 공법으로 다스려지도록 하나님께서 정부 당국(사법부)에게 부여된 권한으로 이해한다(롬 13:1-4). 그러므로 사형제도는 생명침해에 대한 정당한 보응으로 본 것이다.
그에 반해 진보측(KNCC) 입장은 “인간의 생명을 빼앗은 사형제도는 하나님의 뜻에 어긋나며,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성 및 생존권 등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악을 악으로 갚아서는 안 된다고 한다. 성경의 문자적 적용은 아전인수격이 될 수 있고, 생명과 관련해서는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 시대가 윤리적 문제들, 특히 사형제도 문제의 해결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의 관점에서 조명하고 판단하며 실천하게 하는 과제를 감당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악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않으시며(겔 18:23), 죽을 죄인이라도 회개하고 돌아오는 것을 기뻐하시기 때문이다(눅 15:11-32). 그러므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형제도는 실지로 범죄를 막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영국 왕 헨리 8세의 통치시기(1509-1547)에만도 6만 5000명 이상이 공개무대에서 교수형으로 죽어 갔다. 그러나 범죄자를 공개적으로 처형시켜 증오심을 심어주어 범죄가 억제될 것을 기대했지만 불행하게도 범죄를 감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사형대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여 사회적인 긴장과 갈등, 증오와 폭력의 가속화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된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여기서 성경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리고 그 성경의 참 뜻을 담고 있는 복음을 발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경에서 해답을 찾으면서 문자 적 해석이 아니라, 성경의 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예수라면 어떻게 할까?(What would Jesus do?) 예수는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돌로 쳐죽이기 위해 예수 앞에 끌고 왔을 때, 그들의 법을 무시하지 않았다. “돌로 치라고 한다. 그러나 죄 없는 자가 치라”(요 8장)고 한다. 단서가 붙은 것이다. 아무도 그녀를 돌로 칠 자격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인간 모두에게 던진 질문이다. “너희도 돌을 맞아 죽어야 될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결국 사형제도가 있다하더라도 사형이 집행되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사형제도의 존폐 문제를 예수의 사랑의 윤리에서 그 해결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원수를 사랑하라. 너를 미워하는 자를 사랑하라.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고, 죽음이 아니라 새 생명을 탄생케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을 위해 죽으신 분이시다. 그리스도는 사형 받을 수밖에 없는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셨다. 인간은 사형제도를 만들고 그 존폐를 논하지만 그리스도는 사형제도와 관계없이 인류를 새로운 차원, 즉 생명, 그것도 영원한 생명의 차원으로 승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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