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이다. 음력8월15일은 신라 유리왕 때부터 지켜온 전통명절로서 중추절, 한가위로 불리며 지금은 온 겨레의 축제일이다.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동안 추석 대 명절을 맞아 흩어져있던 가족들이 함께 모여 햇곡식과 햇과일을 추수하여 조상께 제사를 지내고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하며 가족들 간의 우의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추석에 일어나는 일 가운데 몇 가지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우선 민족 대 이동이라고 할만큼 교통의 혼잡과 사고가 연중 행사처럼 나타나고 있으며, 또한 가치관의 급속한 변화로 인한 심리적 갈등과 추석 준비를 위한 일들로 과로와 피로로 인해 추석 증후군 같은 것이 생겨나기도 하였다.
이러한 민족의 대 축제인 추석을 맞이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추석을 보내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추석은 새로운 가족공동체를 형성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예로부터 어른을 공경하고 형제간에 우애를 다지어 사는 우리의 아름다운 풍습을 그리스도인이 앞장서서 그 전통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연로하신 어른의 만남은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에 최선을 다해 어른들을 기쁘게 해드려야 한다. 특히 믿지 않은 가족이 함께 모인다면 명절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최선을 다하여 솔선수범을 하는 일은 간접적으로 전도의 기회가 되고 신앙을 지키기 위한 투자가 될 것이다. 성경책이나 유익한 신앙서적을 통해 전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둘째, 술과 화투로 얼룩진 낭비적이고 비교육적인 추석문화를 우리 그리스도인은 바꾸어야 한다. 예를 들면 가족대항 윷놀이를 통해 상금으로 형편이 어려운 가족의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놀이문화를 하는 동안 가족간에 서로를 위로하고 칭찬하는 대화를 나누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제사문화를 추도 예배 문화로 바꾸어 하느님께 영광 돌리자. 제사가 죽은 조상과 관계를 갖는 것이라면 예배는 죽은 사람을 생각하면서 살아있는 사람의 신앙과 유대를 돈독히 하기 위해 하느님께 드리는 것이다. 예배를 드릴 때 고인의 사진과 간단한 꽃이 있고 고인의 약력소개와 유품, 육성녹음테이프 등을 통해, 고인의 지난날을 더듬어 생각하며 좋은 것을 기리 계승하는 말을 주고받을 수 있다. 주의할 것은 상을 차려놓고 예배를 드리지 않도록 한다. 넷째, 성묘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성묘 앞에서 산소에 묻혀있는 조상에 대해 가족관계를 세밀히 소개하고 고인의 업적 또는 삶의 내역을 말해주고 묵상으로 고인을 생각하며 하느님께 기도할 수 있다. 가지고 간 음식은 예배를 드린 후 함께 나누며 친교 한다.
그런데 문제는 신앙적 문제, 즉 제사가 우상숭배인가, 아니면 조상을 공경하는 하나의 효 사상인가 때문에 마땅히 화합과 축제로 지내야 할 추석에 그리스도인들이 갈등과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여기서 형식(제사)과 내용(신앙)의 문제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제사가 엄연히 십계명을 어기는 우상 숭배로 보는 사람이라면 제사를 금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우상 숭배가 될 수 없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제사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처음 가톨릭 교회에서는 제사는 우상 숭배라고 하였다가 제사문제 때문에 핍박받는 상황을 고려하여 제사를 조상을 공경하는 하나의 의식으로 재해석했다. 그러나 문제는 우상 숭배로 간주하고 있는 사람을 위해서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이 덕에 덕을 쌓는 일이 되리라고 본다. 그러면 제사음식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바울은 우상제물 문제에 대해서 목회적 관심(pastoral concern)을 가진다. 그는 형제의 신앙을 손상케 하는 일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두고 행동한다. 바울에게 있어서 우상 제물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 형식 때문에 내용, 즉 신앙이 부서지는 것 같을 때, 그 형식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하는 신학적 관심(theological concern)을 놓치지 않는다. 그것은 하느님사랑과 이웃 에 대한 사랑과 관심과 배려이다. 기독교인들에게 추석은 흩어졌던 가족들이 함께 모여 정을 나누고 서로의 앞길을 격려하며 축복하는 시간으로 보내져야 한다. 이번 추석에도 위로는 모든 것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고 가족간의 존경과 사랑을 나누고, 더 나아가 소외된 이웃 가족을 돌아보는 추석이 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제한하고 싶은 것은 교회는 추수감사절을 11월 4째 주일로 할 것이 아니라 감사의 생동감이 넘치기 위해서 추석에 감사예배를 드리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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