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독교 문화운동의 현실과 지향점을 필자가 관여하게 된 「부산기독교문화회」의 경우를 예로 들어 살펴보고자 한다.
「부산기독교문화회」가 박영희 장로님(부산내과 원장)의 헌신적인 봉사와 적극적인 추진력에 힘입어 발족한 지도 근 20년이 되어 간다.
사실 초창기는 대단히 의욕적인 출발을 하였다. 일종의 기독교 문화 축제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필자는 첫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부산가톨릭센터에서 개최된 기독교 문화인들의 토론회에 참석하여 박영희 장로님의 의욕과 기독교 문화관에 크게 공감하면서 그 다음부터는 꾸준히 참여하였다. 중간에는 몇몇 기독교 문화단체와 더불어 YWCA회관에 공동사무실을 마련하였던 적도 있다.
그런데 해가 지날수록 종래의 문화운동과는 방향이 변질되었다. 기독교 문화 강연회와 주보전시회, 백일장, 월례회, 회보 발간, 연간지 발간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던 초창기와는 달리, 월례회 회보 발간과 연간지 발간 사업만 주력하게 되고 나머지 행사는 가질 수가 없게 되었다. 가장 큰 원인은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기 위한 재정 조달이 어려웠던 데 있었다. 박영희 장로님과 같은 열정을 가진 독지가가 많지 못하였던 셈이다.
「부산기독교문화회」의 출발 당시에는 명시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기독교 문화기금을 확보한 문화단체, 즉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화되어 회원 자체만의 문화활동이 아니라,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종 기독교 문화 예술단체의 활동을 후원하고 기독교 문화대상과 같은 시상제도를 마련하여 기독교 문화활동을 활성화 시켜야 되겠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앞에서 언급한 재정적 압박과 인적 구성의 다양성에서 빚어지는 크고 작은 문제들로 인하여 월례회와 간간이 발간되는 회보, 그리고 연말에 발간되는 수상집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 특히 그동안 연간집에 글을 투고한 회원들이 가지고 있는 평소의 글솜씨가 훨씬 발전하여 많은 회원들이 기성문단에 수필가로 데뷔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크리스천문인단체와 비슷한 인적 구성이 되었다.
지난해에는 이러한 정체 현상을 극복하고자 기왕에 회장을 지낸 사람들이 다시 회장단을 맡아 부산 기독교계의 유력인사를 신임 이사장으로 영입하여 사단법인으로 발돋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가 뚜렷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지금까지의 방식을 지닌 기독교문화운동은 그 의의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회보의 발간과 배포, 연간집의 발간보다도 우선적으로 사단법인화하여 각종 기독교 문화단체의 후원과 기독교 문화대상의 제정 등이 가능한 방향으로 변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독교 실업인들과 부산의 대표적인 기독교 교육재단 언론인들이 발벗고 나서야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고, 기독교문화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직접적인 문화선교와는 다른 차원의 문화선교라는 인식으로 중대형 교회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길만이 궁극적으로 기독교문화재단으로 성장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하며, 그러한 방향이 전개되기를 소망해 본다.
사실 한국 기독교, 특히 개신교회의 부흥은 21세기 들어서서 정체 현상이 뚜렷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개교회의 부흥은 개교회에서 다른 개교회로 이동하는 현상이 많고 초신자의 증가는 극히 미미하다고 보아도 틀린 주장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개신교회가 기독교문화뿐만 아니라 일반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길만이 정체 현상을 극복하는 길일 것이다.
양 왕 용 교수
부산대학교 국어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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