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주일


한국의 대부분 교단들이 공통적으로 지키는 교회력은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구원사적 교회력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성령의 역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것이고, 둘째는 각 교단이 정한 특별 주일(여전도회 주일, 선교 주일, 장애인 주일 등)이며, 셋째는 지역 교회의 계절/문화/역사에 따른 주일들(신년, 종교개혁, 추수감사 등)이다. 대개 5월 둘째 주일에 지내게 되는 어버이 주일은 바로 세 번째의 경우로, 한국의 문화적 요구에 따른 독특한 전통이며, 훌륭한 자랑거리이다. 시기상으로는 부활주일이 끝나고 성령 강림 주간이 시작되는 그 사이에 있기 때문에 목회 프로그램 상으로도 매우 유익하며, 한국 문화의 정서상 어버이날과 부합하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어버이 주일 전 주일은 대개 어린이 주일로 드리고, 어버이 주일 다음주는 대한 예수교 장로회 총회의 경우, 청년 주일로 드리기에, 이 모두를 묶어서 5월을 가정의 달로 지키기에 의미가 더 큰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세 개의 각 주일들이 서로 연관성이 없으며,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실천되지 못하는 데 있다. 어린이 주일의 주인공이나 청년 주일의 주인공, 그리고 어버이 주일의 주인공들은 결국 한 가족의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목회 현장에서는 분리된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여전히 교회에서는 어린이 주일은 소비적인 파티 중심적 선물 공세로, 어버이 주일은 형식적인 꽃 한 송이로, 청년 주일은 자기들만 신나서 부르는 찬양 몇 곡으로, 귀한 주의 날 예배의 내용으로 자리매김한다.
우리가 어버이를 위한 주일을 특별히 제정하고 지키는 것은 결국 어버이의 소망인 가정의 회복과 자녀의 건강한 영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함이 아닌가! 어버이 주일은 세상의 어버이날을 모방하는 시간이 아니라, 인간의 수 많은 관계성 중에서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특별히 “자녀”라 부르신 그 의미를 되새기는 뜻 깊은 시간이 되어야 한다. 어느 시인은 아버지의 멍에를 이렇게 읊었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을 잘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버지다운가 하는 자책을 날마다 하는 사람이다.…어머니의 가슴은 봄과 여름을 왔다 갔다 하지만, 아버지의 가슴은 가을과 겨울을 오고간다. 아버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 큰 이름이다.

특별히 금세기에 들어서 한국 사회에는 그 동안 감추어졌던 가정 내의 폭력과 학대와 무관심의 문제가 속속들이 밖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의 어버이들은 그 고통의 피해자이며 때로는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위로와 용기와 결단의 신앙적 치유가 더욱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치유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통해 각 교회 공동체가 하나님의 온전한 가정으로 회복되는 역사가 일어나길 기도한다.

200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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