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 제54회 총회의 파행과 지혜로운 대처


9월 20일부터 천안에 소재하고 있는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소집된 제 54회 고신 총회가 김해복음병원의 일부 노조원들과 채권자들의 총회 단상 점거 농성으로 인하여 하루 뒤에 개회하는 총회 역사 초유의 안타까운 일이 생겨났다. 오물과 쇠사슬, 꽹가리로 무장한 이들 농성자들은 2003년 3월 이후의 임금 5억 7천만원을 고신 총회가 책임지고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농성에 돌입했다. 성총회 단상이 노조와 채권자들에게 점거당하여 총회를 개회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 총대들은 신앙의 정통과 생활의 순결을 지켜온 고신 교단이 어떻게 하다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낙심하면서 안타까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해복음병원의 문제는 어느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모 퇴직 간부가 운영하던 병원을 당시 고신의료원에 억지로 떠맡긴 보건복지부도 책임이 있으며, 처음에는 고신 교단이 맡지 않으려고 했다가 상당한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되자 교단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했던 역대 이사장들, 그리고 역대 병원장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특히 총회가 매각 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처리를 하지 않고 합병 결정을 한 관련 이사장과 이사회에도 책임이 있다. 복음병원 문제로 인해서 총회특별위원회가 가동이 되고 그 안에 김해복음병원 대책위원회가 조직되어 있었지만 본원의 문제에 눌린 나머지 김해복음병원 문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못한 것도 오늘의 문제를 가져온 원인이기도 하다. 김해복음병원 문제는 총회가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또 책임자를 임명했으니 어떤 모양으로든지 해결되겠지 하는 식의 지극히 방관적이며 무사 안일적인 사고방식과 태도가 오늘의 화를 불러 일으켰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교단의 지도자들이 병원을 봉사와 사랑의 실천 기관으로 보기보다는 단순한 수익기관으로만 본 가치관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신 교단은 인내와 지혜로 이 문제를 잘 해결해 내는 장자 교단으로서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록 총회가 하루 뒤에 개회되었고, 그것도 총회임원을 선출한 이후에는 곧 바로 다시 단상을 점거당하는 수모를 겪기는 했지만 협상단은 이틀 밤을 새워가면서 농성자들과 타협안을 이끌어내는 수완을 보여주었다. 신임 총회장은 농성자들의 난동에 분노를 터뜨릴 수도 있었지만 인내와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인격적인 말로서 이들의 감정을 조금도 자극하지 않았다. 공권력을 동원하여 농성자들을 총회단상으로부터 끌어내릴 수도 있었지만 총대원들 모두가 체불 임금자들의 딱한 사정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인내하면서 타협안을 이끌어 내는데 최대한 협조해 주었다.
김해복음병원 문제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려울 때마다 단결과 화합으로 위기를 극복해 온 저력있는 고신 교단은 남아 있는 모든 문제들도 인내와 지혜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비록 54년만에 처음으로 총회가 하루 연기되는 시련을 겪었지만 고신 교단은 이번 사태를 거울로 삼아 다시는 성총회의 단상이 점거당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문제를 사전에 진단하고 예방하는 지혜를 보여주는 교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0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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