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세상에서 생명의 나라로


하나님과 인간과 자연은 서로 따로따로 떨어져서 존재하는 생명체가 아니라 유기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생명공동체이다. 하나님 없이 인간도 자연도 그 생명을 올바로 지탱할 수 없다. 이 생명공동체에서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면 결국 그 생명 공동체가 파괴되면서 함께 멸망에 이를 수밖에 없다. 불행스럽게도 교회보다 먼저 시민사회단체가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러나 그것도 역시 온 우주적 차원과 생명공동체 차원의 생명운동이라기 보다는 인간을 위한 환경보전운동이라는 인상이 짙다. 늦었지만 교회가 생명공동체를 위하여 생명운동을 시작하였지만 여전히 낭만적이고, 구호적이다.
환경파괴라는 말이 생소했던 2000년전 사도 바울은 로마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인간의 욕망에서 짓눌리는 피조물의 신음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이것은 땅을 어머니로, 아름다운 꽃을 자매로, 사슴, 말, 독수리를 형제로 생각하며 바위산, 풀의 수액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진이들이야 말로 하나님의 참된 백성이 아니겠느냐는 인디언들의 생각과 다름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은 인간이 주인되어 마음대로 피조세계를 유린하던 만물과 화해를 하게 하려는 하나님의 생명운동이다. 교회의 생명운동은 단순히 환경보전운동이 아니라 이 땅을 덮고 있는 죽음의 기운을 하나님의 성령으로 생명의 기운으로 새롭게 하려는 운동이다. 말하자면 하나님의 정의와 하나님의 평화운동이다. 죽음의 기운이 덮고 있는 세상은 지배계급을 위한 불의한 평화가 득세하고 있으며, 거짓평화가 만연해 있다. 이런 현실 앞에,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평화입니다 라고 용감하게 고백할 줄 알아야한다.
생명운동은 하나님 나라운동이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먹을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자는 운동이요,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평화를 위해 일하는 자,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들로 구성된 사람들이 추구하는 운동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권력을 가지고 남을 지배하거나 남을 착취하여 자기 부를 쌓는 자, 많은 재물을 가지고도 가난한 자를 돌보지 않는 자, 불의를 행하는 자, 마음이 깨끗하지 않는 자가 설자리가 없는 나라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교회가 하나님의 생명공동체라면 억압과 착취가 사라지고 평등과 사랑이 실현된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만들기 위해 고뇌할 줄 알고,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며, 죽음의 기운과 맞서 용감히 싸우겠다는 의지와 실천이 있어야 한다. 그 때에 비로소 교회는 생명공동체라는 이름을 얻을 것이며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이 세상을 향하여 생명을 말할 자격이 있을 것이다.

200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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