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은 통일 전 단계의 상황이다


선거는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이기려고 하다보니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여 상대방을 깎아 내리는 짓도 하게 마련이다. 구경꾼이야 법대로 해라, 목적 뿐만 아니라 수단도 정당해야 한다고 쉽게 말하지만 당사자야 어찌 지는 줄 뻔히 알면서 원칙만 찾기가 쉽겠는가.
그러나 이제는 선거도 끝났으니 뒷정리를 깔끔히 하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첫째, 변화를 지혜롭게 수용해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세칭 기득권 세력의 퇴조와 신진 세력의 대거 등장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사람이 바뀐 것이 아니라 사고의 틀이 서로 다른 사람들로 바뀐 것이므로 당연히 그들이 연출해내는 정치도 바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구조 속에서 안일을 누리던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한국 사회가 민주 사회로 발전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것임을 인정하고 지혜롭게 수용해야 하리라고 본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침체되었던 분위기를 일신하여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신선한 도전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들 앞에서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일 시대를 앞두고 우리 민족이 반드시 치뤄내지 않으면 안 될 필수적인 과정임을 이해하고 수용해야 할 것이다.
둘째, 변화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 나라가 안고 있는 해묵은 문제들의 뿌리에는 항상 분단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편가르기, 패거리 만들기, 줄 세우기 같은 부정적인 문화들의 뿌리에 군사문화가 있고, 그 군사문화는 분단상황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독재자의 논리는 북한이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단결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이고, 그 핑계로 나랏일을 멋대로 농단하여 부의 편중 현상이 일어나고,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되었으며 인권이 유린되다가 마침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여러 우여곡절 끝에 남과 북은 통일을 향하여 많은 진전을 이루어 내기에 이르렀고, 이 변화를 담아낼 새로운 체제와 인재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오늘의 변화는 통일 시대를 수용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서의 변화임을 이해하고, 남북이 서로를 증오하며 그 증오를 통하여 사회를 이끌어 가는 동력을 얻어내던 시대를 마감하고 상생의 통일 시대를 열기 위하여 먼저 한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는 일에 힘을 다 해야 할 것이다.

200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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