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헌법과 법대로 처리하자


지난 주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탄핵소추가 16대 국회에 의해서 의결되었다. 이제 헌법과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라 최종 결정은 헌법재판소에 넘겨진 상태다. 헌법재판소가 문을 연 이후 온 국민으로부터 가장 주목 받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 탄핵의결이 이루어진 배경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데, 크게 나눠보면 다음 두 가지라 할 것이다.
그 하나는,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과 소수정당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한 민주당이 야합하여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사유가 불충분함에도 임기가 만료되는 국회가 총선 1달 전에 무리하게 이를 강행처리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불법적인 정치자금수수로 국민의 지지도를 잃은 야당의 정치적인 게임이며, 그 과정에서 국민의 복리를 위한 어떠한 고려도 존재치 않았던 당리당략에 치우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작금의 혼란상태에 대해서 국정을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고집스러움과 지나친 편가르기가 이와 같은 사태를 초래하였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원활을 위하여 이번 총선에 ‘올인’하려는 끊임없는 시도를 함으로써, 야당은 이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심지어 선거를 관장하는 중앙선관위로부터 표현이야 어떻든 대통령이 ‘공무원의 선거중립의무’를 지켜달라는 요청까지 받게 되는 처지에 이름으로써 오늘과 같은 정치적 혼란을 야기했으므로 이는 전적으로 노대통령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탄핵의결의 충격에서 다소 벗어난 이제 그 정치적 배경은 우리에겐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야당이 주도하고 있는 국회도 우리 국민의 손으로 뽑았던 사람들이고,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시간적인 간격이야 존재하지만, 그건 민주적 정당성의 판단에 참고자료가 될 뿐이다.
따라서, 우린 이 시점에서 분명하고도 단호한 태도로 “탄핵 문제는 헌법재판소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고, 우리 모두는 본연의 삶의 자리로 돌아가자”고 제안한다. 탄핵일 이후 시작됐던 촛불시위도 이제는 자제하고, 대통령을 파면하라고 외치는 일각의 목소리도 이제는 낮춰야 한다.
왜냐하면, 우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대통령이나, 국회가 전적으로 국민의 안위와 행복만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대통령권한대행과 경제부총리의 안정된 발걸음이 우릴 안도하게 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지경이다.
그러나, 우린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반세기를 넘어선 헌정사의 소중한 민주주의의 유산들을 중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국민 모두는 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의 본분을 다하면서 다가오는 총선을 신중히 바라봐야 할 것이다. 헌재는 헌법의 틀 안에서, 경제는 자유시장원리에 기초하여 움직이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제 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인 정치의 혁신은 개정된 정치관계법의 바탕 위에서 우리의 결단과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나치게 정당의 이름과 구호에 현혹되지 말자. 정말 국민을 위하는 훌륭한 정치인을 골라보자. 이제 우리는 ‘탄핵’이라는 귀한 경험을 통하여 국가의 운명을 위하여 우리의 지혜와 통찰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배우게 되었다.

200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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