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수학능력’


지난 11월 5일 전국적으로 약 67만 명에 이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이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여부’를 측정 받았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가슴앓이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은 이제 어느 정도는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목숨을 끊는 어린 학생들이나, 시험장을 박차고 나오는 장애인들만이 그 날 저녁뉴스에 주요 기사로 등장하고, 그 해 시험의 난이도와 재학생과 재수생의 점수등락이 비교되는 해설기사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는 각각의 개인의 능력이 존중되고, 그 능력에 따라 합리적인 차별이 허용되는 사회이다. 그리고 그러한 차별을 통한 경쟁력의 확보가 또 다시 한국사회를 지탱해 주는 원동력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보니 수능시험은 단지 대학에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능력여부를 평가하기 보다는 나이 어린 한 개인의 인생을 평가해주는 잣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학벌중심사회인 현 상황 속에서는 더욱 부인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린 다시 한 번 좁게는 대학공부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능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나아가 전체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젊은 세대를 준비시키는 시험이 무엇이어야 할 지 다시 한 번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치르고 있는 수능시험은 여러 차례의 개편작업을 통하여 언어, 수리, 사회탐구, 과학탐구, 외국어영역, 제2외국어로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종래의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제2외국어로 대별되던 종래의 시험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지식’위주의 공부와 그 평가를 통해서 다음 세대에게 ‘책을 읽게 해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심어주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치열한 경쟁체제하에서 수험생은 자기 스스로 황폐화되어 가는 것을 체험하는 것이 보통인데,이런 한계를 우리 교육 주체들은 깊히 있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정말 사회를 위하여 봉사해야 할 고등교육인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단편적인 지식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보다 폭 넓은 지혜습득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 모두는 정말 싱그럽게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그리고 백지와 같은 그들의 심성에 무조건 많은 것을 주입하려 들지 말고, 그 ‘빈’ 마음에 보다 차원 높은 ‘열린’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가의 뒷 언저리에서 실망과 좌절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우리 아들, 딸, 그리고 동생들에게 진정한 능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생이라는 큰 도장에서는 진정 무엇이 필요한지 가르쳐 주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모든 수험생들과 그 가족들에게 지난 시간의 노고를 다시 한 번 치하하면서 이제 다가오는 또 다른 시간들 속에서 자신들의 진정한 ‘수학능력’을 키워가길 기도하는 바이다.

200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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