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절, 문화적 축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요즘 한국교회가 지키고 있는 감사절은 제대로 된 감사절이 못 된다. 한 주 전 쯤에 감사절 헌금 봉투나 돌려 감사절 헌금이나 걷고 무슨 행사 한 두 가지로 끝나는 그런 행사가 본래의 감사절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히브리인들의 오리지널 추수감사절은 온통 민족적 축제였으며, 첫 추수를 시작하는 초실절로부터 시작하여 추수한 곡식을 저장하는 수장절에 이르기까지 한달 여를 두고 치러지는 문화적 축제였던 것이다.
청교도들의 추수 감사절 역시 마찬가지였다. 온갖 고난 끝에 신대륙에서 얻어낸 첫 추수는 그들을 감동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 넣기에 족했던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생활이 안정됨에 따라 그런 감동과 감격은 사라지고 허울만 남은 추수 감사절이 되더니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전환하자 이제는 그마저 시들해져서 ‘추수’는 떼어버리고 ‘감사절’만 덩그마니 남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미 산업사회로의 전환이 끝나 농경사회의 ‘추수 감사절’에서 ‘감사절’로 의미를 확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그 외형도 그에 걸맞게 변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일환으로 일부에서는 민족적 추수 감사절인 추석을 한국적 감사절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반만년이나 굳어진 추석에 더부살이 감사절이 돼 가지고는 성경이 말하는 감사절의 의미를 살릴 길이 없다는 점에서 교회가 받아들이기에 적당치 않은 견해로 여겨진다. 그 대신 자치단체와 협의하여 지역사회가 어우러지는 감사절로 확대하는 일을 검토 추진해 보았으면 한다. 자치단체와 프로그램을 함께 짜고 경비를 분담하고 행사를 함께 운영해 나간다면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공고히 하는 유익도 있을 것이고 민족의 심성을 종교적 차원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감사절 행사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게 될 때 기독교의 복음도 더불어 이 땅에 뿌리를 깊게 내리는 소득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폴 틸리는 종교는 문화의 꽃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종교가 문화로 정착되는 것이 선교의 마무리라고 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200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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