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몽준 회장에게 학위수여 득보다 실이 많다!
학생들의 엄청난 반대와 교내 외 많은 인사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신대학교는 대한축구협회 회장 정몽준 씨에게 명예보건학 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축하 리셉션까지 베풀어주었다. 학교 당국은 “순수한 의도”에서 학위를 수여했다고 하지만 그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정몽준 씨가 재벌가인 동시에 대선 후보로서의 정치적 야망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당국이 제시하는 학위수여 이유 자체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는 점도 있다. 고신대학교 홈페이지<코람데오Q&A>를 통해서 학생들이 제기한 많은 의문들에 대해서 학교당국은 전혀 답변을 하지 못하였다. 예를 들면 한국 선수들과 브라질 선수들은 6월 29일과 30일 경기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6월 24일에 결정하면서 어떻게 이런 사실들을 언급할 수 있느냐는 문제와, 설령 그렇다 하더라고 왜 ‘보건학 박사학위냐?’는 문제 등등에 대해서 너무도 궁색한 답변만을 제시하였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학위를 수여하고 고신대학교가 얻은 대가가 과연 무엇인가? 정씨는 답사에서 월드컵을 통해 국위를 선양함으로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선교사들의 선교 활동에 도움을 주게 되어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언급은 고사하고, 오히려 대선 출마 운운하면서 정치적인 야망을 피력하는데 만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러므로 총장의 강변과 같이 정말 정몽준 씨가 ‘하나님 나라 확장에 이바지했기 때문에’ 명예보건학 박사학위를 수여했다고 한다면 그 평가는 오직 하나님만이 하실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고신대학교는 금번 일을 통해서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오히려 더 많을 것이다.
가장 큰 손실은 “고신대학교가 어떻게 정몽준 씨 같은 사람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줄 수 있느냐?”와 같은 질문을 제기하게 만듦으로서 의식 있는 많은 학생들과 교단 목회자들에게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강의동을 건축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 일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기독교대학이라는 고신대학교가 재정적인 반대급부를 얻기 위해서 재벌 정치인에게 명분을 만들어 학위를 준 것이 아니냐는 당연한 의구심을 갖게 만든 것도 고신대학교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었음은 자타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정적으로 어느 정도의 도움을 받을지는 몰라도 이제는 고신대학교 마져도 ‘명예박사학위를 팔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을 것이다. 이미 이런 이야기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국민 정서 함양과 국민화합에 기여했기 때문에 학위를 수여한다고 했지만 정작 고신대학교의 학생들과 교단 목회자들에게는 화합보다는 오히려 분열의 결과만을 초래하였다. 학교홍보의 효과를 노렸는지 모르지만 정씨의 행보가 민감한 정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언론은 오히려 소극적이며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정치적으로 초연해야할 고신대학이 결과적으로 민감한 정치판에 뛰어든 격이 되었다. 더 큰 문제는 고신대학교의 교수들이 한결같이 이 문제에 대해서 침묵함으로써 ‘사변적인 신학’을 가르친다는 비방을 듣고 있다는 점이다. 고신대학교의 교수들은 스포츠의 상업화와 우상화 같은 문제들을 짚어주지 못하였다. 결국 고신대학교는 정몽준 씨에게 학위를 주고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오류를 범하였다.

200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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