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가야 할 현대판 고려장 노인요양병원을 가보니


▲노인요양병원에서 5월 7일(화) 열린 어버이날 행사 모습.
부산 디지털대학교 노인복지학과 복지사 과정에는 노인요양원 현장 실습이 필수 과목이다. ‘사회복지현장실습’이 그것인데 15일 간을 꼭 마쳐야 하는 코스다.

△K 요양원·센터 현장 실태
그래서 필자는 가까운 부산 근교 K 요양원·센터를 노크하고 실습 코스에 들어갔다. 첫날은 상황 파악을 위해 먼저 실내 청소를 맡았다. 노인들은 실내 청소를 깨끗하게 하는 것을 좋아했다.
남성, 여성들의 요양보호는 치매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요양등급 1~2급을 받으면 국가에서 요양비를 지급해 준다.
어느 노인 60대 분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그는 비교적 건강했다. 그런데 어느 날 기억이 감퇴되고 상대를 못 알아볼 만큼 희미한 기억에 어눌한 발음을 느껴 진단해보니 알츠하이머라고 진단 받았고, 가족의 연고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하루에 한 두 번씩 가족들과 자신의 앨범을 쳐다보고 과거 기억을 되새긴다고 한다.
치매에 걸리면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기억력이나 인지(認知)능력이 떨어진다. 치매는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가 없기 때문에 환자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주변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할 때가 많다. 치매는 완치가 어려운 병이지만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고 결국 ‘치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핵심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치매는 노화 현상이 아닌 ‘병’으로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다.
어느 80대 여성 노인 치매 환자는 자리에서 계속 한 말을 되풀이하고, 옆에 사람들이 싫어 할 정도로 과거를 회상하면서 가족, 친지 이름을 부르며 소리를 지른다. 결국 집단생활에서 눈총을 독차지 하는 셈이다. 일어나 나갈까봐 옆에서 종일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어느 날, 아들이 찾아 와 어머니한테 “엄마 나 누구지?”하고 물었을 때, “넌 내 자식 아닌가? ○○이지”라며 정확하게 알아 봤다. 아들이 오지 않을 때는 치매를 지키고 있는 이 실습생을 자식으로 보며 “아무개야!” 하고 자식으로 착각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실로 치매는 무서운 병 중 하나다. 우리를 치매로부터 해방시켜 줄 백신은 없을까?
최근 영국 연구팀이 치매 초기 단계에 있는 환자 270명을 5년 간 추적해 치매 발병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약물 치료를 꾸준히 한 사람의 90%는 5년 후에도 일상생활에 별 지장이 없었던 반면, 치료를 포기한 사람은 10명 중 6명이 요양시설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치매 증상이 심해져 있었다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3년 안에 치매 백신이 시판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 치매 환자 중 71.3%가 알츠하이머 치매이며, 치매를 일으키는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백신의 임상실험이 이미 종료단계에 있기 때문에 평생 한두 번 치매예방 주사만 맞으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치매 환자와 계속 대화를 나누게 되니까 그 환자가 때로는 밝고 바르게 인지하는 모습을 보게 된 적도 있었다. 한 주 두 번 씩 그 분과 계속 대화를 나누고 기도해 주니 그 분은 밝은 표정을 짓게 되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이 멈추는 것을 보았다. 꾸준히 긍정적 사고를 갖고 일기쓰기, 퍼즐, 독서 등 뇌 운동을 하고,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밖에서나 안에서 말을 계속 하도록 대화를 유도하니 차츰 치매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내 장례는 이렇게 치러 다오
노인복지 전문가 모임 ‘골든에이지포럼’의 김일순 회장이 자녀에게 신신당부하는 말이 있다는 것이 조선일보에 소개된 적이 있다.
“내가 죽으면 장례를 모두 끝난 뒤에나 사람들에게 알려라. 육신은 화장해서 뼈는 바다에 뿌려라”고 유언장에 명시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의사로 병원협회장을 지낸 노경병 박사는 암으로 일흔 아홉에 작고하기 석 달 전까지 지병을 알리지 않고 일했다. 그는 죽음이 임박하자 가까웠던 가족들을 병실로 불러 “사는 동안 정말 감사했다”, 서먹했던 사람들에게는 “정말 미안했다”고 사과하고 이승을 정리했다. 가족에겐 “장례비용은 따로 마련했으니 일절 조의금을 받지 말라”고 했다. 그리곤 “아! 나는 행복하다”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고 한다. 이 얼마나 감동적인가. 우리도 언젠가 이러한 상태가 된다면 어떤 유언장을 쓰고 이 세상을 하직할 것인가? 잠시 생각 해 볼 문제가 아닌가.
누구나 나이가 든다. 치매에 걸리거나 거동이 불편하면 나도 요양시설에 입소해 현대판 고려장 신세를 면할 수 없게 되는 구나. 이분들의 형편이 먼 훗날이 아닌 10년 안에 내가 당할 일이구나 생각할 때 이분들을 잘 모시고 봉사해야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신이건 장로

201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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