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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제3부두 시멘스클럽 식당에 모인 박영훈 장로와 양덕호 장로 |
고(故) 성산 장기려 박사는 평소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제자 두 사람이 있었다. 오죽했으면, 큰 아들은 박영훈 박사(전 고신의료원 원장), 둘째 아들은 양덕호 박사(사회복지법인 청십자 사회복지회 대표이사), 그리고 셋째 아들이라고 굳이 한다면 손동길 선생(마취과)이다. 그들을 마음 편하게 부르고 그들도 장기려 박사를 따랐다.
병원 초장기 고신의료원 시절(현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1970년 초 복음병원 원장 장기려 박사 밑에 외과의사로 제1외과과장 박영훈 선생, 제2외과과장 양덕호 선생을 두었고 장박사의 주진료 과목인 외과부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이들 두 제자의 솜씨는 뛰어났다. 평소 장 박사가 한강 이남에 외과수술부분에서 가장 뛰어난 의사는 박영훈 박사라고 할 정도였으며 간이식 수술은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녔다.
그런데 병원 후계자 문제를 두고 이 두 사람이 서로 갈렸다. 한 사람은 고신파 장로로 병원의 주인인 고신 측 고려학원에 줄을 서다 보니 장 박사 후임으로 바로 박영훈 박사를 세웠다. 제2대 원장으로 장 원장의 바통을 받기 전, 부산의대 출신 의사인 의국팀 채종묵 선생(레지던트 4년차)을 중심으로 한 김훈 선생, 박영식 선생, 김재만 선생 등이 박영훈 선생의 원장 후계를 반대하며 수술 거부 및 의료 파동을 일으켰다.
△ 의료파동…부산의대vs경북의대 파워게임
필자가 그 당시 기자로 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목격자로서 제1외과 과장실 문 앞에 칼로 X자를 표시하며 박영훈 선생에 대한 진료를 못하도록 방해했다. 그 당시 부산의대 출신 의사 대부분이 “스승을 배반한 박영훈 물러가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한 동안 병원 안이 시끄러웠다.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채종목 선생, 김 훈 레지던트 등이 박철운 부산지검 초임검사에 의해 구속되기도 했다.
△ 대학 출신 간의 갈등으로 번져
이 사건으로 박영훈 경북의대 팀과 부산의대 팀들 간의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되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장기려 박사가 원장 직에서 물러나자, 양덕호 선생을 비롯한 부산의대 출신 의료진이 줄줄이 물러났다. 그리고 박영훈 선생도 침례병원으로 옮겨 1년간 진료를 한 후 다시 복음병원으로 돌아와 원장에 취임했다.
복음병원은 한동안 경북의대 출신의 주도권을 쥔 박영훈 선생의 전성기가 상당기간 도래되었고, 장 박사를 백병원 명예원장으로 또는 가톨릭의대 명예원장으로 모셔갔다.
부산의대 출신 의사들의 모임은 장 박사의 생일날에 한번 씩 모임을 가지며 결속한 가운데 스승을 배신한 박영훈 원장과의 영원한 결별을 선언했다.
△ 극적인 만남과 화해
장기려 박사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11년 9월 8일, 양덕호 장로는 그의 동료 이근호 선생, 채종목 선생, 박영식 선생, 김훈 선생을 부산 제3부두 시멘스클럽 식당에 불러 놓고, 박영훈 장로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스승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가 가기 전에 서로 소원했던 박영훈 장로와 화해하는 것이 선생이 바라는 바요, 그 어른의 뜻일 것이라 여겨 양덕호 장로는 마음에 작심을 하고 후배들에게 사전에 이야기를 하고 극적인 화해의 자리를 만들었다. 이때의 광경을 역사의 현장으로 담아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양덕호 장로는 고신대 교회 역사학자 이상규 교수(현 고신대학교 부총장)를 의뢰해 박영훈 장로를 모시도록 하면서 기도하고 사진을 담아 두기로 했다.
이 자리에 만약 고(故) 장기려 선생이 지켜보았으면 누구보다 환한 미소를 띈 얼굴로 그들을 맞이하며 환영했을 것이다.
양덕호 장로는 이 자리에서 ‘이제 느보산에 선 백발의 노인 모세처럼 우리가 하나님 곁으로 가기 전, 서로 맺혔던 응어리를 풀고 그리스도의 화해와 사랑으로 서로 풀어 가야겠다’는 생각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인사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온 박영훈 선생에 진심으로 사과하며 지나간 일들을 다 잊어 달라”고 인사를 대신했다. 박영훈 선생 역시 “이런 자리를 부족하고 모자라는 제가 먼저 마련해야 되는데 양 장로에 의해 마련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며, 지난 모든 나쁜 추억들을 서로 풀고 용서하며 사랑으로 매듭을 풀자”고 말하자 참석한 모두가 박수로 화답했다. 그리고 채종목 선생이 일어나 박영훈 선생에게 사과의 말로 “미안했다”고 인사하니 박 장로는 “그래, 나도 미안하고 면목이 없다”고 서로 사과하면서 극적인 포옹을 하는 화해의 아름다운 광경이 이루어졌다.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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