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거두어들이나이다
·본문/욥기 42장 1-6절
<펼침>과 <거두어들임>은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두 측면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둘 중에서 지금까지 목회하면서 교우님들에게 무엇을 더 강조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청년층에게 설교할 때면 오래 전 윌리엄 클라크(William Clark)박사가 일본 삿보로 농업학교에서 말했다는 그 유명한 고전적 표어인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Boys be ambitious!>식의 메시지를 강조해왔습니다. <그대들 앞에 찬란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비전을 품고 달려가라!>는 식으로 설교했습니다. 그럴 때면 청중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곤 했습니다. 이런 설교는 <펼침>을 강조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꿈과 삶을 펼치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한때 <불가능은 없다>는 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한국교회에 유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럴 때면 주변 문맥은 무시한 채로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빌립보서 4장 13절 말씀이 강력하게 선포되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 말씀으로 성공했다는 이들의 간증이 곁들여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처럼 앞으로 달려가도록 등을 떠미는 메시지가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이제 그만 그 자리에 멈추어 쉬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들도 한 때는 자신의 삶을 펼치고자 꿈을 가지고 달렸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만신창이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근간에 와서 <펼침>의 영성, <불가능은 없다>고 외치던 개인과 교회들이 영적, 윤리적으로 타락하거나 비성경적 교회의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성경에서 <모든 것은 불가능하다>는 좌절에 빠졌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본문의 욥은 자녀와 재산을 잃고 병까지 들어 밑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그는 친구들이 죄를 회개하라고 충고할 때도 자신의 무혐의를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이는 아직 그의 마음에 남아 있는 <한 때 나도 잘 할 수 있었고, 성공했던 사람>이라는 과거의 자부심을 손에서 놓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욥과 친구들의 평행선을 달리는 대화를 종결시키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욥으로 하여금 그 마지막 자존감의 끈마저 놓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하셨습니다. 그 결과 본문 6절에서 그는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재 가운데에서 회개하나이다>라고 고백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의로움을 주장했던 모든 말들을 스스로 거두어들였습니다. 그게 회개였습니다. 욥은 <거두어들임>의 영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포기와 좌절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 것입니다.
성경에는 이런 인물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요셉을 애굽의 노예로, 죄수로 살도록 하셨습니다. 십칠 세 때의 꿈은 노예살이와 감옥살이의 좌절을 통과한 후에 성취되었습니다. 모세가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된 것은 자신의 힘으로 백성들을 인도하겠다는 젊은 날의 야망을 완전히 버린 후였습니다. 나이 팔십이 될 때까지 사십 년을 미디안 광야의 모래바람 속에 머문 후에, 즉 그의 젊은 날의 야망을 완전히 스스로 거두어들인 후에 비로소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한국교회는 거두어들임에 익숙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런 설교를 하면 <목사가 믿음이 없어!>라고 비난받기 쉽습니다. <하나님을 믿고 무조건 도전하라!>고 해야 믿음 좋은 목사라고 칭찬을 듣습니다. 그러나 <불가능은 없다>고 외치고 달리다가 쓰러지면 그 땐 <하나님은 없다>고 말할 것입니까? 오히려 우리 자신에 대한 가능성은 완전히 버리고, 모든 자신감과 인간적 비전을 거두어들인 후에, 하나님 안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자아와 비전을 품어야 할 것입니다. <거두어들임>이 먼저요, <펼침>은 그 다음이었으면 합니다. 순서의 정정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됩니다. 그럴 때 겸손한 성공이 가능할 것이요, <불가능은 없다>가 아닌, <불가능 속의 가능>을 하나님 안에서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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