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라이 목사!
·본문/사무엘하 12장 1-15절
먼저 비속어를 거룩한 목사님들에게 이 단어를 붙인 불경죄에 대해 사과부터 드립니다. 그러나 분노는 뒤로 하고 일단 함께 생각부터 해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본래 <또라이>란 단어는 <똘아이>를 풀어 쓴 것입니다. <똘아이>의 사전적 의미는 ‘어른 말을 듣지 않고 제 멋대로 노는 아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단어가 이제는 아이에게 국한되지 않고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그 때는 ‘제 정신이 아니라 좀 모자라는 사람을 욕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이 단어는 여류 작가인 <박완서>님이 1983년 7월 30일자 동아일보에 쓴 『어떤 소나기』란 콩트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그 대목은 이렇습니다. “뭐 저런 게 다 있어? 지금이 어느 때라고 그런 덜 떨어진 장난을 하고 다녀? 이거 또라이 아냐?“ “그래 또라이야, 또라이.“ 이처럼 또라이란 단어가 올바른 충고도 듣지 않고 좀 모자라다 못해 남들에게까지 웃음거리가 되는 존재를 일컫는 말인데, 왜 이 단어를 목사에게 사용하게 되었는지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언젠가 밤 열 시도 넘어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려 나가보니 우리 교회에 출석하는 한 초등학교 남학생이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습니다. “아니, ○○가 이 밤에 어쩐 일이냐?” 아이가 말했습니다. “목사님, 죄송해요. 아빠가 같이 오셨는데요...” 그 순간 저는 모든 상황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젊어서 매우 똑똑했고, 좋은 대학을 졸업했지만, 실패를 거듭하던 끝에 무너져가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평소에는 양같이 순하고 착했지만, 맨 정신으로는 저를 찾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술에 취하면 저를 찾아오곤 했습니다. 밤 열두 시가 넘을 때까지 결론 없는 술주정을 받아주기도 했습니다. 어떤 때는 아내가 제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술에 취한 이와 나누는 대화가 무슨 건전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나가서 아이의 아버지에게 말씀드렸습니다. “내일 술 깨시면 다시 만납시다. 어서 돌아가세요!” 그랬더니 그 분이 말했습니다. “목사님도 똑같아요. 결코 완벽한 존재는 아니죠? 하긴 요즘 목사들이 하는 짓들을 보면 다 또라이들이라니까...” 이래서 <또라이 목사>라는 제목이 생긴 것입니다. 제가 붙인 말이 아니니, 너무 저를 원망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이 말은 교회 근처를 배회하면서 목사와 교인들을 통해 위로받길 원했던 너무도 처절한 영혼을 가진 이의 절규였습니다.
저는 그 분을 보낸 후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깊이 생각해 보니 저는 또라이 목사가 맞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으니 또라이요, 제 마음대로 할 때가 많으니 또라이요, 목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거룩한 사명은 방치한 채로 쓸데없는 짓들이나 일삼고, 교회를 자신의 욕망을 위한 도구 정도로 여기고 있으니 또라이란 말을 들어도 억울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 말은 하나님께서 그 분을 통해서 꾸짖는 말씀인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본문은 다윗이 충직한 부하 장수인 우리야 장군의 아내 밧세바와 간음하고 우리야 장군을 적군의 칼에 죽게 한 후 하나님께서 나단 선지자를 보내 책망하시는 장면입니다. 나단은 이스라엘의 절대 군주인 다윗을 책망했습니다. <당신이 그 사람이라!> 이스라엘 안에서 하나님께서 가장 미워하는 악을 저지르는 당사자가 바로 다윗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한국교회의 목회자, 중직자들, 나아가 일반 교인에 이르기까지 진짜 또라이인 것은 아닐까요? 정말 부끄럽고 두렵습니다. 다른 이들의 눈의 티는 보면서 들보를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세상이 우리에게 <또라이 기독교인!>이라 말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더욱이 하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실까 심히 염려됩니다. 여러분, 제발 우리 또라이가 되지 않도록 굳게 다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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