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리의 소망을 굳게 잡고
·본문 / 히브리서 10장 22-25절
<또 약속하신 이는 미쁘시니 우리가 믿는 도리의 소망을 움직이지 말며 굳게 잡고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
지난 여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선거 운동이 한창일 때, 우리는 가는 곳곳에서 후보자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일반 현수막보다 훨씬 더 큰 대형 현수막이 빌딩에 걸려 있고, 그 한복판에 후보들의 얼굴이 크게 나와 있었습니다.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던 우리네 정서대로라면 자신의 얼굴을 대로 한복판에 매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누가 자신의 얼굴을 볼까봐 뒤로 숨곤 하던 때가 있지 않았습니까? 특히 여성들의 경우엔 다소곳하니 고개를 숙이고 뒤로 숨는 모습까지도 어여쁘게 여겨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가 자신을 알리는 데 열심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나 TV에서 하루 종일 다른 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삽니다. 너무 남의 얼굴만 보다보니 자신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잊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인지 자칫 잘못하면 다른 사람의 얼굴이 어떠한가에 대해서는 많은 비평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얼굴이 어떤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로부터 나이 사십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참 부담되는 말이지요. 대형 현수막에 자신의 얼굴을 새기고 나온 후보들이나 얼굴을 알리려 애쓰는 기타 많은 이들을 보면서 그 분들은 자기 얼굴에 책임질 수 있는 수양과 용기가 있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얼굴에 책임질만한 분들이 되길 간절히 원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다가 후보들의 현수막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현수막이 흔들리자 그 현수막을 가득 채우고 있는 후보들의 얼굴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갑자기 ‘아, 흔들리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이상한 느낌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그것은 ‘누구나 흔들리는 존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세상의 바람 앞에서 흔들립니다.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에게 마음을 빼앗기면 ‘바람났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세상의 유혹의 바람으로 인해 존재가 흔들렸다’고 하는 게 낫겠습니다.
본문 말씀 중에는 ‘믿는 도리의 소망을 굳게 잡으라’고 충고합니다. 확실하게 믿고 흔들리지 말라는 말입니다. 그리하여 그 날이 다가올수록, 세상인심이 변하고, 환경이 달라질수록 함께 흔들리지 말고, 굳건하게 서서 모이기에 힘쓰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한번 믿었으면 끝까지 믿고, 한번 시작했으면 끝까지 충성해야 합니다. 목회자는 끝까지 그 길을 가야 하고, 기도를 시작했으면 끝까지 부르짖어야 합니다.
단호한 결심, 강인한 의지, 그리고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과연 인간적인 이런 노력만으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흔들릴 때 꽉 잡아줄 분이 필요합니다. 흔들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잡아줄 수 없습니다. 오직 흔들리지 않는 분,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를 붙잡아 주실 수 있습니다. 그 분께 손을 내미십시오. 그 분이 손잡아 주실 것입니다. 부디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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