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이 아니라 고백
본문/마가복음 14장 43-52절
본문은 예수님께서 가룟 유다의 배신으로 겟세마네 동산에서 체포되어 끌려가시는 장면입니다. 이 때 겁에 질린 제자들은 도망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 다른 복음서에는 없는 내용이 삽화처럼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51-52절에 언급된 한 청년이 베 홑이불을 벗고 도망했다는 내용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 청년은 마가복음을 기록한 마가 자신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마가는 잠을 자다가 예수님을 체포하러 왔다는 소식을 알려주고자 옷 입을 틈도 없이 겟세마네 동산까지 뛰어 올라 갔지만, 이미 예수께서 체포되신 후였고 두려운 나머지 홑이불을 팽개친 채 도망가 버렸을 것입니다. 이 청년이 마가 자신이라면 이 대목은 매우 깊은 영적 교훈을 줍니다.
마가복음은 사복음서 중에서 가장 먼저 기록된 복음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마가는 자신이 겁에 질려 벗은 몸으로 도망했다는 부끄러운 내용을 기록한 것입니다. 이것은 놀라운 고백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가 자신이 언급하지 않았다면 누구도 알 수 없었을 사실을 그는 용기 있게 고백한 것입니다.
사복음서에 모두 기록된 베드로가 대제사장 가야바의 법정에서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한 사건도 고발이 아닌 고백입니다. 만약 베드로 자신이 입을 다물었다면 그 일은 알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자신의 제자인 마가에게 이 부끄러운 일을 고백하면서 마가복음에 기록하라고 했을 것입니다. 마가는 스승의 부끄러운 일을 기록할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베드로의 강권으로 복음서에 기록했고, 그와 함께 마가 자신의 부끄러운 일도 마가복음에 포함시켰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베드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부끄러운 일을 고백하면서, 그러한 죄인인 자신도 주님의 용서를 받고 성령 안에서 새 사람이 되었음을 간증하면서, 죄로 인해 괴로워하는 이들을 위로했을 것입니다. 후에는 베드로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고, 후에 다른 복음서 기자들은 베드로의 이야기를 별 부담 없이 기록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베드로와 마가는 명백한 잘못까지도 은폐하려는 요즘 우리와는 다릅니다.
누가 고백할 수 있을까요? 고백은 회복된 이들만이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디베랴 바닷가로 베드로를 찾아오셔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으셨고, <내 양을 치라>고 하심으로써 회복시키셨습니다. 마가도 더 이상 벗은 몸으로 도망하거나 바울과 함께 떠난 전도여행에서 도중하차하는 연약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참고, 사도행전 13장 13절) 그는 매우 성숙하여 바울에게도 필요한 인물이 되었습니다.(참고, 디모데후서 4장 11절) 베드로와 마가는 그 부끄러운 지경에 머물러 있지 않고 주님의 은총 가운데서 완전히 변화되었기에 자신들의 과거를 고백할 수 있었고, 그 내용을 접하는 많은 죄인들도 자신도 회복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들은 죄인을 용서하시고 새롭게 하시는 십자가의 능력을 믿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고백으로 베드로나 마가의 권위가 사라진 게 아니라. 오히려 초대 교회의 위대한 주의 종들로서 복음의 길을 걸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고발이 난무합니다. 가슴 아픈 것은 교회와 교계에도 고발이 난무한다는 것입니다. 교회법에 호소하거나 심지어 사회법에 호소하는 일이 점점 많아집니다. 그러나 고발은 늘어나는 반면 고백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고발은 형제의 눈에 있는 티는 보면서 자신의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게 하는 사탄의 지배를 받은 결과입니다. 그러나 고백은 회개의 영이신 성령께서 역사하실 때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고발은 늘고 있지만 고백하는 사람은 줄고 있는 우리의 영적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고발하면 죄만 늘어나지만, 고백하면 죄가 용서되고 복음의 능력이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 안에 회개의 영을 주셔서 고백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주님의 은총으로 치유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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