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사랑
·본문/요한복음 12장 1-8절
몇 해 전 모 대형할인점에서 <통 큰 치킨>이란 이름으로 닭튀김을 판매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제품을 보면 둥근 통에 튀긴 닭고기를 담아 주는 데, 그 통이 제법 큽니다. <통 큰>이란 <담아주는 그릇이 크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아울러 시중가보다 싸게 공급한다는 의미에서 판매자의 <배포가 크다>는 뜻도 있습니다. 이후로 소위 <통 큰 ***>로 이어지는 제품 판매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베다니의 마리아는 통 큰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어느 날 나드 향유를 가지고 와서 예수님의 발에 부어 드렸습니다. <나드>는 인도에서 채취되는 식물의 줄기와 뿌리로부터 추출한 향유로서 매우 구하기 힘든 귀중한 것이었고, 설화 석고로 된 상자나 병에 밀봉되어 수입되었으며 특별한 경우에만 개봉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로마 문화권에서 향유나 향수는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에 향유를 부은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 보다 놀라운 것은 그녀 향유가 고가였다는 사실입니다. 3절을 보면 <지극히 비싼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근>이라고 되어 있는데, 가룟 유다의 말을 빌린다면 삼백 데나리온의 가치였습니다.(5절) <데나리온>은 로마 시대의 은화로서 무게는 3.8g이며, BC 268년부터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황제 시대까지 만들어졌습니다. 데나리온의 표면에는 황제의 초상이 새겨져 있었고, 주로 세금을 낼 때 많이 사용했습니다. 한 데나리온은 당시 노동자들의 하루 품삯이었습니다. 삼백 데나리온은 남자 장정 노동자가 삼백 일을 일해서 번 돈에 해당했습니다. 결국 한 해치 품삯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 품삯을 십 만원으로 계산한다면, 이 향유의 가치는 연봉이 3천~4천만 원 정도인 성인 남자의 일 년 수입 전체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가룟 유다가 놀랄 만도 했고, 이런 향유를 통째로 부어드렸으니, 마리아는 정말 통 큰 여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리아가 예수님께 이런 통 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통 큰 사랑>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녀로서는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값비싼 향유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을 향한 그녀의 사랑은 향유의 가격 따위를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사랑이 그녀를 눈멀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마리아가 이처럼 예수님을 통 크게 사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이유는 먼저 예수님께서 통 큰 사랑을 그녀에게 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나사로와 마르다와 마리아 삼 남매를 아끼셨습니다. 특히 나사로가 죽어 장례된 지 나흘이나 지났을 때 그를 살려 주셨습니다. 예수님과 이들 삼 남매의 관계는 평상시부터 이어지던 관계였습니다. 나사로가 병들었을 때 사람을 보내 예수님께 와 달라고 청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마르다와 마리아는 예수님을 마치 큰 오빠 같이, 혹은 아버지 같이 여기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집안의 일을 당연히 알려야 하고, 도움을 청해야 할 분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니 이런 예수님께서 나사로를 살려주신 것을 생각하면 향유가 조금도 아까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가룟 유다는 예수님께 통 큰 사랑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는 향유를 아깝게 여겼습니다. 이게 유다와 마리아의 차이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당신의 모든 것을 주시는 통 큰 사랑을 주셨습니다. 이를 위해 세상에 탄생하여 오셨습니다. 그리고 죄인인 우리를 불러 아무 조건 없이 구원하셨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통 큰 사랑입니다.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어떻게 주님께 통 큰 사랑을 드리시겠습니다. 쩨쩨한 조건 따위를 붙이지 말고, 핑계도 하지 말고, 전폭적인 사랑을 어떻게 드리면 좋겠습니까? 늘 생각할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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