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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십자가, 붉은 십자가
·본문/마가복음 14장 23-24절
제가 섬기는 교회 강단 벽의 십자가의 조명 색깔은 본래 흰 색이었습니다. 흰 색을 선택했던 이유는 강단 벽면과의 조화를 고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붉은 색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된 데는 연유가 있습니다. 몇 달 전 어느 예배당에 갔다가 십자가 조명등이 붉은 색인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붉은 색이 제 마음에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십자가는 붉은 색이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십자가에서 흘려주신 예수님의 보혈이 붉은 색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돌아와서 조명등의 색을 붉은 색으로 바꾸었습니다.
예수님의 보혈은 붉습니다. 십자가 조명등의 색을 흰 색으로 한 것은 시각적 편리함을 따른 것에 불과했습니다. 저는 십자가를 흰 색으로 한 것이 예수님의 보혈의 능력을 퇴색시키기라도 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십자가 보혈의 능력을 강하게 체험할 간절함으로 붉은 색의 등으로 바꾸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왜곡하는 것은 조명등 색깔만은 아닙니다. 본래 예수님의 십자가는 로마 시대의 형틀이었습니다. 거칠게 깎은 나무로 대충 만들었습니다. 결코 매끈하게 다듬어 모양을 내고, 색을 입혀 꾸민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후대의 사람들은 십자가를 마치 장식품처럼 여겼습니다. 나무가 아닌 금, 은으로 만들고 각종 보석을 박아 꾸몄습니다. 그래서 고통을 보여주는 십자가가 아니라, 영광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십자가를 보면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당하셨을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고통을 겪으면서 우리 죄를 담당하신 예수님의 은혜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지시기 전 날 밤,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만찬을 잡수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신 이유는 <많은 사람을 위한 것>이었으며, 동시에 <우리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를 위한 보혈>을 진정으로 우리를 위한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보혈을 우리를 위한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보혈의 능력을 믿는 것입니다. 그 보혈로 죄를 씻김 받는 것입니다. 죄와 허물, 그리고 사탄에 매여 살면서 비틀거리는 모든 문제를 십자가 앞에 내려놓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통해, 그 보혈을 통해 주시고자 했던 모든 은총을 누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십자가 보혈은 <우리를 위한 것>이 될 것입니다.
예배당 안에 들어와 붉은 조명등에 싸인 십자가를 볼 때마다 그 은총이 강력하게 가슴을 뚫고 들어오는 듯합니다. 이제 다시 십자가 앞에 서리라 마음먹습니다. 십자가는 그리스도인의 출발점입니다. 모든 죄인은 십자가 앞에 엎드림으로부터 그리스도인의 삶을 시작합니다. 십자가는 천국에까지 이어지는 거룩한 순례의 출발점인 셈입니다. 천국을 향한 순례는 십자가 밑에 발자국을 남긴 사람들만의 몫입니다. 그래서 그 순례의 길에서 모든 순례자의 대화 주제는 십자가입니다. 십자가 보혈의 능력을 이야기할 수 없는 사람은 거룩한 순례의 구경꾼일 뿐입니다. 그렇게 순례가 끝나 천국 문을 통과할 때 요구되는 단 한 가지는 십자가의 보혈로 씻김을 받았는가 하는 것뿐입니다. 다시 한 번 <십자가 그늘 밑에 나 쉬기 원하네....> 찬송을 불러봅니다. 이 혼탁한 세상에서 <다시 십자가 앞에> 설 수 있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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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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