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을 권하는 사회
·본문 / 아모스 2장 11-12절
18세기 유럽은 계몽주의 철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임마누엘 칸트는 <계몽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소논문에서 계몽주의란 이성을 도구로 사용하여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기보다 인간 이성을 의지한다는 점에서 계몽주의는 다분히 인본주의적입니다.
그러나 계몽이란 말 자체는 나쁜 말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일제시대 우리나라에도 농촌계몽운동이 활발했습니다. 심 훈의 <상록수>로 대표되는 계몽주의적 낭만이 젊은이들을 설레게 했습니다. 소설 속의 채영신은 모든 젊은이들이 꿈꾸는 의미 있는 삶의 전형이었습니다. 이런 뜻을 가진 이들은 열악한 곳으로 들어가서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꿈을 가르쳤습니다. 세계적인 식물학자요 농학자였던 윌리암 클라크(William S.Clack)박사는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 그리스도 안에서!)라고 가르쳤습니다. 이런 가르침을 따라 비전으로 가슴이 채워지고, 세상을 유익하게 하려는 의지가 넘치고, 하나님을 향한 사랑으로 피가 끓던 젊은이들이 나타나 역사를 주도하였습니다.
한 나라나 사회 안에 이런 젊은이들이 많다면 그것보다 더 희망적인 일은 없을 것입니다. 신라는 국가의 장래가 이런 젊은이들에게 있음을 알았기에 화랑도를 통해 인재를 양성했고, 조선 시대에는 성균관을 통해 장차 나라를 짊어질 사람들을 키웠습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의 경우는 어떠했을까요? 이스라엘에도 하나님께서 세우신 거룩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나실인이요, 선지자들이었습니다. 본문 11절을 보면 <또 너희 아들 중에서 선지자를, 너희 청년 중에서 나실인을 일으켰나니>라고 했습니다. 선지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선포하던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영이 맑은 사람이었습니다. 나실인은 포도주와 독주를 마시지 않고, 시신으로 인해 더럽히지 않고, 삭도를 머리에 대지 않으면서 정한 기간 동안 전적으로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나실’이란 말은 ‘나지르’란 히브리어에서 나온 말인데, ‘분리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들은 세속적 욕망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여 하나님께 드린 인물들이었습니다. 이들은 타락한 일반 사람들 사이에 우뚝 선 등불같은 존재들이요, 이스라엘 사회의 희망이었습니다.
그런데 기가 막힌 문제는 이스라엘 사회가 이들을 타락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12절을 보면 <그러나 너희가 나실 사람으로 포도주를 마시게 하며 또 선지자에게 명령하여 예언하지 말라 하였느니라>고 하셨습니다. 나실인에게 포도주를 권하는 사회, 선지자에게 예언하지 말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지 말라고 하는 사회는 도대체 어떤 사회였을까요? 가슴 아픈 것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나실인들과 선지자들이 타락을 권하는 사회로부터 그 타락의 독주를 받아 마시고 무너져 내렸다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엔가 이스라엘에는 더 이상 맑은 영혼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전하는 선지자도 없고, 자신을 거룩하게 지키는 나실인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멸망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인재를 키우는 사회인지, 타락을 권하는 사회인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라도, 교회라도 이 시대의 선지자와 나실인들을 키워야 합니다. 타락을 권하는 사회로부터 그들을 구출하여 하나님의 사람으로 키워야 합니다. 우리 사회 나실인들과 선지자들이 넘쳐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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