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곡과 지정곡
·본문/예레미야 1장 4-10절
어렸을 때 이런 저런 대회에 나가 노래를 하곤 했습니다. 설마 하고 의심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독창을 한 적도 있고, 중창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대회는 대개 노래 두 곡을 부르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하나는 자유곡이고, 다른 하나는 지정곡입니다. 이들 중 늘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지정곡이었습니다. 자유곡은 평소에 즐겨 부르고, 잘 부르고, 음역에 맞는 것을 골라 부르면 되니까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지정곡이었습니다. 지정곡은 중간에 음이 높거나, 박자를 맞추기 힘들거나, 높낮이 변화가 심해서 정확히 부르기 힘든 노래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주최 측에서는 지정곡을 통해 진짜 실력을 알아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출연자 모두가 똑같은 노래를 부르니, 비교하기도 수월했을 것입니다.
인생도 자유곡과 지정곡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마음대로 자유롭게 살라!>고 한다면, 이건 자유곡과 같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잘 하는 일을 하면서,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추구하면서 살면 됩니다.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내 자유니까!>라고 대답하면 그만일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생에도 지정곡이 있다는 것입니다. <넌 반드시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는 지정곡 같은 인생이야말로 참 힘든 문제입니다. 지정곡 안에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과 대충 부르는 사람의 실력 차이를 확연히 드러나게 하는 대목이 있듯이, 지정 인생도 그렇습니다. 대부분 어느 정도 맞추며 살 수 있지만, 결정적 대목에 오면 도저히 정해진 대로 살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서 빗나가게 되고, 정해진 대로 살지 못합니다. 중간에 노래가 막히거나 잘못되면 심사위원들이 <딩동댕!!> 하면서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듯이, 인생도 그렇습니다. 정해진 대로 살지 못하면 중간에 그만 두어야 할 상황이 옵니다. 정말 가슴 아픈 대목입니다. 지정된 대로 살아야 한다는 숙제는 우리 인생의 성공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됩니다.
어느 날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선지자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 날 이후로 예레미야는 고단한 지정곡 인생을 살아야 했습니다. 7절을 보면 <........내가 네게 무엇을 명령하든지 너는 말할지니라>고 되어 있는데, 이게 바로 지정된 사명이었습니다. <내가 너를 선지자로 불렀다. 그러니 이제부터 네가 하고 싶은 말을 네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다면 그리 힘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백성들에게 말씀을 전하다가 반응이 좋지 않으면 바꾸면 되었을 것입니다.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춰서 적당하게 좋은 말을 골라서 한다면 선지자 생활도 해볼 만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지자의 사명의 생명력은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만 말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정해 주신 대로만 말해야 했습니다. 딴 소리를 하면 그날로 퇴출될 게 뻔했습니다. 그러므로 예레미야는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대로 살면서, 정해주신 대로 말해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은 정말 힘들어서 선지자직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실제로 입을 닫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명을 버렸다는 자책감 때문에, 그리고 백성의 영적 무지와 고통 때문에 견딜 수 없어서 다시 사역을 시작하곤 했습니다. 또 때로는 전하는 말씀이 백성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말이었기에, 백성들로부터 미움을 받아 옥이나 구덩이에 갇혀야 했습니다. 하고 싶지 않아도 선지자로서 주신 말씀을 전해야 했습니다. 이 때 예레미야는 무대에서 지정곡을 부르는 어린이와 같았습니다.
오늘 우리도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인생 경로를 따라 지정 인생을 살아야 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듭니다. 2014년도 그러한 한 해일 것입니다. 그러나 잘 견디면서 해 봅시다. 지금 하나님의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우리 이름이 불릴 그 날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지정곡 인생을 잘 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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