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보면
·본문/역대상 29장 26-30절
얼마 전 모 목사님께서 이 본문을 중심으로 말씀을 전했습니다. 본문은 다윗의 간단한 이력, 즉 약력이라고 하면서, 그가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사십 년 동안을 왕위에 있었고, 나이 많아 늙도록 부하고 존귀하다가 죽었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다윗의 인생은 하나님의 복을 받아 귀하게 살다간 인생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다윗의 생애에 대한 이러한 평가에 동의하기 힘들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는 서른 살에 왕이 되어 사십 년을 왕위에 있다가 칠십 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본문은 그가 <나이 많아 늙도록> 살았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요즘 기준으로 보면 칠십 년은 결코 장수가 아닙니다. 구십 세가 넘도록 사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다윗이 <부하고 존귀를 누리다가 죽으매>라고 했지만, 그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매우 힘든 시간이 많았습니다. 하나님의 사람 사무엘이 그에게 기름을 붓고 이스라엘의 왕이 될 사람으로 세운 이후부터 그의 목가적인 삶은 깨졌습니다. 골리앗을 이김으로 이스라엘의 영웅이 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사울 왕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나중엔 사울의 사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울은 그를 죽이려 했고, 여러 해 동안 죄 없는 도망자로 목숨의 위협을 받아야 했습니다. 모압 땅에 피신한 적도 있었고, 마지막에는 적국 블레셋에 은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딱한 처지에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 뿐입니까? 왕이 된 후에도 어려움은 지속되었습니다. 본문 27절은 그가 헤브론에서 칠 년간(사무엘하 2장 11절에서는 칠 년 육 개월이라고 되어 있음) 다스렸다고 했는데, 이 기간 동안 그는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과 계속 맞서야 했습니다. 이스보셋이 몰락하여 이스라엘 전체의 왕이 되었지만, 늘 주변 나라와의 전쟁에 시달렸습니다. 나라가 강성하고 주변 나라를 굴복시킨 후에는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로 인해 범죄하였습니다. 그 후 아들 암논이 이복누이 다말을 겁탈한 일, 암논이 압살롬에게 살해당한 일, 그 아들 압살롬의 반란으로 쫓기던 일, 시므이의 모독과 저주 등 감당하기 힘든 일을 당했습니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다윗의 인생은 결코 복되고 존귀한 인생이 아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서서 자세히 보면 상처투성이의 인생이었습니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도 날마다 속이 상하고, 날마다 갈등하고, 미워하고 다투며 살아왔습니다. 죄악에 빠져 산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제대로 살았다고 자부할 날이 며칠 되지 못했습니다. 이런 우리네 삶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겠습니까?
본문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본문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다윗의 삶을 <나이 많아 늙도록 부하고 존귀를 누린 인생>으로 평가하였습니다. 다윗의 인생에 그 많은 시련과 아픔과 죄와 고통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인생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성경이 나무 하나 하나를 보지 않고, 숲 전체를 보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다윗의 하루하루를 보고 평가한 게 아니라, 인생 전체를 놓고 평가하였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비록 하루하루가 아쉬움이 많은 날이라 하더라도 전체적인 틀에서, 그 전체적인 방향에서 있어서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 하나님을 바라보면서 살았다면, 우리네 삶도 복된 삶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작은 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많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하나님을 향하고 있다면 그 삶은 복됩니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방향입니다. 하나님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면, 가다가 넘어지고, 유혹에 넘어간다고 해도, 그 길로 계속 가기만 한다면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생을 긍정해 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숱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낙심하지 말고 꿋꿋이 믿음으로 나아갈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 감사의 계절에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음에 대하여 하나님께 깊이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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