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소에 머물라 한 이유
·본문/디모데전서 1장 3-4절
모든 신학생들이 가진 몇 가지 소원들 중 하나는 명설교자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신학교에 다닐 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당시 서울 장안에서 대단한 인기를 끄는 설교자였던 영락교회 박조준 목사님의 설교를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님을 닮으려고 약간 새는 듯한 소리까지 흉내를 내면서 연습을 하곤 했습니다. 늦은 저녁에 기숙사 옥상에서 소리를 높이는 행동파도 있었습니다. 소리만 들으면 박조준 목사님인가, 조용기 목사님인가 할 정도로 꼭 닮은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요즘은 기독교 텔레비전과 인터넷의 영향으로 목사님들의 설교가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요즘 인기 있는 설교는 재미를 추구하는 시대사조와도 딱 맞아떨어지는 설교, 즉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고, 그러면서도 가슴에 와 닿는 메시지가 있는 설교입니다. 그러다보니 무대 체질인 목사님들이 뜨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장경동 목사님이나, 김문훈 목사님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습니다. 그 분들의 설교는 재미도 있고, 구수한 이야기도 많고, 어려운 성경을 쉽게 설명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특유의 사투리도 설교를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젠 청중이 좋아하는 설교를 하려면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그 점에 있어서 대단히 서툽니다. 부산에 산 것이 스무 해가 넘었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잘 할 줄 모릅니다. 그저 몇 단어를 섞어 쓸 뿐입니다. 그렇다고 무대 체질도 아닙니다. 이렇다 보니 재미있는 설교를 하기는 힘든 체질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낙심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사투리를 쓰지 않아서 좋다는 분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앞의 목사님처럼 하려고 억지로 애쓴다면 그것도 이상할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사투리를 잘 쓰는 분은 그 분 스타일대로, 사투리를 할 줄 모르는 저 같은 사람은 제 생긴 대로 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보면 <생긴 대로 살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바울 사도와 디모데는 영적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였습니다. 바울은 디모데를 믿음 안에서 낳은 아들이라고 했고, 디모데는 바울을 아버지처럼 존경하고 따랐습니다. 이렇게 두 사람이 밀접한 관계였다면 바울은 언제나 디모데를 곁에 두어 자신의 일을 물려받게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을 보면 바울은 디모데를 <에베소에 머물라>고 했습니다. 바울은 디모데를 에베소의 목회자로 세워 사람들을 가르치고 인도하게 하였습니다. 이것은 늘 여러 지역을 순회 전도하던 바울의 사역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바울은 디모데를 자신의 모든 여행에 동반케 하지 않았을까요? 그것은 바울과 디모데가 다르기 때문이었습니다. 바울은 순회 전도자로 사역하는 것이 어울리는 분이었고, 디모데는 약한 몸과 성품을 고려할 때 한 지역에 머물러 사역하는 것이 효과적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바울 사도는 디모데를 억지로 제2의 바울이 되게 하지 않았습니다. 각자 자신의 달란트대로 하나님께서 주신 사역을 할 따름임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디모데는 이러한 바울의 뜻을 따라 에베소교회의 목회자로 사역을 감당했습니다.
다른 이들의 장점을 닮고자 노력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닮고자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다른 이의 달란트를 부러워하지 말고, 자신의 달란트를 개발해야 합니다. 다른 이의 삶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감사해야 합니다. 또 자신처럼 하지 않는 이들을 비난하지 말고, 모든 이들을 서로 존중히 여기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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