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와 평강
·본문/빌립보서 1장 2절
하나님께서는 바울로 하여금 빌립보교회에 편지를 보내게 하시면서, 그 서두에서 <은혜와 평강>의 인사를 하게 하셨습니다. 바울 서신들은 늘 은혜와 평강의 인사말이 등장합니다.(참고, 로마서 1장 7절, 고린도전서 1장 3절, 고린도후서 1장 2절, 갈라디아서 1장 3절, 에베소서 1장 2절, 골로새서 1장 2절, 데살로니가전서 1장 1절, 데살로니가후서 1장 2절, 디모데전서 1장 2절, 디모데후서 1장 2절, 디도서 1장 4절, 빌레몬서 1장 3절)
우리는 이 문안인사의 순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울 사도는 먼저 은혜를 언급하고 그 후에 평강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은혜와 평강>이지 <평강과 은혜>라고 하지 않은 점에 유의해야겠습니다.
평강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평강에 대한 소원보다 더 큰 것은 평강을 깨뜨리는 세력들입니다. 이스라엘의 역사를 보면 그들이 애굽에서 노예로 살 때부터 광야 사십 년간에 평강이 없었습니다. 가나안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기대했지만, 그 곳에서도 전쟁은 끝날 줄을 몰랐습니다.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도 전쟁이 계속되었습니다. 이스라엘 주변에 있던 암몬과 모압, 블레셋, 에돔, 아람, 앗수르, 바벨론, 애굽, 바사 등 여러 나라가 끊임없이 이스라엘을 위협하였습니다. 이처럼 그들은 평강을 원했지만, 실제로 평강은 없었습니다.
예루살렘은 평화의 도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바, 그 이름에 평화를 갈망하는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사가들에 의하면 예루살렘의 주인이 삼십 번도 넘게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실로 아이러니입니다. 예루살렘은 실제로 평화롭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가진 것이 아니라, 평강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한 이름을 가졌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진리는 분명합니다. 그 어떤 땅도, 환경도 참된 평강을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참 평강은 오직 하나님께만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품에 안기라고 권면합니다. 그렇게 할 때 젖 뗀 아이가 엄마의 품에서 잠들 듯이 평강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하나님의 품에 안길 자격이 없습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그 분은 거룩하시고 위대하시지만, 우리는 너무도 부정하고 추하고 연약합니다. 우리는 그 분께 가까이 갈 수도 없고, 그 분을 바라볼 수도 없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분은 우리를 물리치지 않으시고, 오히려 머뭇거리며 울고 있는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셔서 안아주셨습니다. 바로 이게 <은혜>입니다. 이 은혜로 하나님의 품에 안기는 순간 비로소 <평강>을 맛보게 됩니다.
그러므로 평강보다 은혜가 먼저입니다. 은혜 없는 평강은 없습니다. 진정으로 평강을 원한다면 먼저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해야 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그의 유명한 『고백록, Confession』서두에서 고백하기를 <하나님의 품에 있기 전까지는 참 평안을 알지 못하였나이다>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품에 안기는 은혜가 먼저입니다.
하나님의 평강은 세상이 주는 평강과 차원이 다릅니다. 세상의 평강은 상황이 달라지면 사라집니다. 오래가지 못합니다. 평강한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참 평강은 오직 하나님께만 있고,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를 위해 준비하신 평강의 나라입니다. 부디 풍성한 은혜로 풍성한 평강에 이르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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