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와 또한 감독들과 집사들
본문/빌립보서 1장 1절
빌립보서는 에베소서, 골로새서, 빌레몬서와 함께 <옥중서신>이라 불립니다. 이 서신들은 바울 사도께서 로마에 갇혀 있던 상황에서 각 지역에 세워져 있던 교회의 성도들에게 보낸 것들로, 이를 통해 당시 교회들의 영적 상황과 환경, 그 속에서 믿음을 지키려고 애쓰던 선배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빌립보서의 수신자들은 빌립보에 사는 모든 성도와 감독들과 집사들이었습니다. 1절을 보면 <그리스도 예수의 종 바울과 디모데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빌립보에 사는 모든 성도와 또한 감독들과 집사들에게 편지하노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감독들과 집사들을 따로 언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성도>라 하면 교인 전부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감독과 집사도 그 안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뒤에 감독들과 집사들을 따로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이들이 교인들 중에서도 특별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감독>이란 단어는 초대교회 당시에 목사, 혹은 장로에 해당했습니다. <집사>는 사도행전 6장에 언급된 대로 교회의 재정을 관리했던 이들을 말합니다. 감독과 집사가 특별하다는 것은 아무나 될 수는 없었고, 디모데전서 3장에 나오는 감독과 집사의 자격에 관한 말씀이나, 사도행전 6장 3절에 나오는 집사의 자격에 부합된 사람이라야 했기 때문입니다.
자, 그런데 왜 바울은 이들을 모든 성도보다 뒤에 언급했을까요? 만약 우리가 빌립보서를 썼다면 <빌립보에 사는 감독들과 집사들 및 모든 성도들>이라는 식으로 썼을 것입니다. 대개 요즘 교회들에서는 제일 먼저 목사 이름을 두고, 그 다음에 장로, 안수집사, 권사, 서리집사, 일반 성도들의 순서로 배열하는 게 보통이니까요. 그런데 바울은 <모든 성도>을 제일 앞에 두고, 감독과 집사를 뒤로 돌리고 있습니다. 이것을 통해 깨닫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감독과 집사는 감독과 집사이기 이전에 먼저 성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원은 감독이나 집사라는 직분으로 얻는 게 아니라, 믿음으로 얻습니다. 삼위일체 하나님께 대한 믿음, 예수님의 십자가와 복음에 대한 믿음으로 구원을 얻습니다. 그러므로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것은 구원받은 성도라는 신분입니다. 혹시라도 직분은 자랑하지만 정작 믿음이 없는 사람은 없는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둘째는 교회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성도들>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회를 목사나 장로나 권사 몇 사람이 마치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운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교회는 먼저는 주님의 것이요, 현실적으로는 모든 성도들의 것입니다. 교회의 중직자들은 모든 성도들을 염두에 두고 섬겨야 합니다.
셋째는 빌립보서에 기록된 말씀을 모든 성도들이 다 귀담아 들어야 하지만, 특히 감독과 집사들이 더 마음에 새겨들어야 한다는 강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성도들과 또한 감독들과 집사들>이라 할 때, <또한>이란 말은 감독과 집사가 더 잘 들어야 한다는 뉘앙스를 줍니다. 중직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교만을 버리고 더 집중하여 말씀을 받아야 합니다.
한국교회의 문제점은 이제 막 신앙생활을 시작한 이들에게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오늘의 감독과 집사에 해당하는 목사, 장로, 안수집사, 권사 등 중요한 직분자들이 문제입니다. 이름 있는 지도자일수록 그 책임이 무겁습니다. 당시의 최고의 직분자라 할 수 있는 바울 사도께서 자신을 <종>이라 낮춘 것에 주목하길 원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성도와 또한 감독들과 집사들>이라는 구절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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