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휴가
·본문/마가복음 6장 30-34절
여름 더위가 막바지 절정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참 똑똑한(?) 것 같습니다. 여름이 올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똑똑함의 배후에는 세상을 정확하게 운행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있습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봄 다음에 갑자기 겨울이 오게 하셨다면 여름옷을 꺼내고 선풍기와 에어컨을 장만한 사람들은 낭패를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어김없이 여름이 오게 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하나님 덕에 삽니다. 그것도 모르는 헛똑똑이들이 많아서 문제이긴 하지만요.
여름은 휴가철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만나는 이들의 인사에도 휴가가 주제로 자주 등장합니다.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이제 가신다구요? 휴가가 늦으셨네요.”이제 휴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좀 쉬어가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생각의 배후에는 소위 믿음이 작용하기도 합니다. <내가 밤낮없이 뛰어다닌다고 되겠어? 다 하나님께서 복을 주셔야 되는 거지. 과욕을 부리지 말고, 하나님께 맡기자!>, 뭐 이런 믿음 말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정반대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게으르지 말고 열심히 하자. 예수님이 언제 휴가 가신 것 봤나? 예수님께서 쉴 새 없이 달리신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해야지...>, 이런 생각 역시 믿음의 생각이라 여길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쉬어 가면서 하는 것도, 쉬지 않고 하는 것도 다 믿음의 동기가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휴가가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마가복음 6장 31절을 보면 <이르시되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 하시니 이는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 음식 먹을 겨를도 없음이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제자들도 둘씩 파송되어 복음을 전도하고 돌아왔고, 예수님께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셨기 때문에 매우 피곤한 상태에 계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휴식이 필요함을 인정하셨습니다. 32절을 보면 예수님의 일행은 <따로 한적한 곳에> 가셨습니다. 예수님의 휴가인 셈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휴가는 시작도 되기 전에 끝났습니다. 그 방해꾼은 찾아온 무리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예수님 일행이 배를 타고 갈릴리 바다를 건너는 것을 보고 도보로 따라왔는데, 예수님 일행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조금도 무리들을 원망하지 않으셨습니다. 34절을 보면 <예수께서 나오사 큰 무리를 보시고 그 목자 없는 양 같음으로 인하여 불쌍히 여기사 이에 여러 가지로 가르치시더라>라고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그들을 불쌍히 여기셨고, 친절하게 맞이하여 가르치셨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이 말씀 다음에는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장정만 오천 명을 먹이신 그 유명한 오병이어의 기적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휴가를 포기하신 그 자리에 사복음서에 모두 기록된 유일한 이적인 오병이어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올 여름도 어김없이 무더위와 습기, 그리고 높은 불쾌지수를 동반하고 찾아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쉬든, 일을 하든 매사에 예수님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적한 곳을 찾으신 것도 예수님의 마음이었고, 무리로 인해 휴식을 포기하신 것도 예수님의 마음이었습니다. 올 여름 쉬든, 쉬지 않고 일을 하든 예수님의 마음으로 하길 원합니다. 쉰다면 예수님 안에서 참 쉼을 얻길 원하고, 일을 한다면 오병이어의 열매를 경험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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