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와 사도
·본문/마태복음 16장 21-24절
전주 한일장신대학교 총장이신 오덕호 목사께서 쓰신 『목사를 갈망한다』란 책에 보면 천재와 사도를 구별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오 목사님은 철학자 키엘케고르의 “천재와 사도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즉 천재는 인간적인 차원에서 평가되는 존재이고, 사도는 신적 차원에서 평가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오 목사님은 천재와 사도의 차이를 여러 가지로 설명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천재는 극복되지만, 사도는 극복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천재의 업적이란 그보다 더 뛰어난 다른 천재의 업적에 의해 극복되지만, 사도의 업적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운동선수가 신기록을 수립하는 것은 정말 대단합니다. 사람들은 그를 천재 스포츠맨이라고 칭송합니다. 그러나 얼마 후 더 뛰어난 다른 선수에 의해 그 기록이 깨집니다. 즉 극복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도가 전파한 것, 사도가 걸어간 길, 사도가 살아간 삶은 극복의 대상이 아닙니다. 바울 사도가 전한 복음은 다른 사람이 전한 복음에 의해 대체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모든 세대를 향한 진리입니다.
얼마 전에 12주 과정으로 고신대학교에서 신천지 이단 상담사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신천지를 비롯한 이단들은 세례 요한을 배도자 즉 실패자로 규정짓고, 예수님이 그를 극복한 참 구원자로 설명합니다. 세례 요한을 실패자로 규정해야 예수님이 돋보인다는 구조입니다. 이들은 이 구조를 자신들에게 적용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장막성전으로 널리 알려진 유재열을 극복하고 이만희가 나타났다는 식입니다. 유재열은 실패한 세례 요한이요, 이만희는 예수님 같은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참 우스운 것은 이만희 아래서 독립한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 또한 같은 논리를 적용하여 이만희가 실패했기 때문에 자신이 나왔다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분명히 알게 되는 것은 뒤에 나타날 것에 의해 극복되거나 대체되는 것은 결코 진리가 아니라, <잠시 진리인 듯 보인 가짜>일 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분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영원하신 진리요, 참 구원자이십니다. 세월이 더 흐르고 흘러도 예수님을 대체하거나 극복할 또 다른 구원자가 나타나는 일은 없습니다. 그 분 외에 다른 구원자는 영원히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성도의 삶 역시 그러해야 합니다.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사람들 앞에서 돋보이는 존재로 살고자 하면 후에 다른 사람에 의해 극복되고 말 것입니다. 더 뛰어난 다른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목사님이 교인숫자로 자신을 과시하고자 한다면, 그 분이 일정한 만족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후에 그 보다 더 큰 교회를 세우는 분에 의해 그 분의 성취는 무색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분이 이러한 상대적 우월함을 추구하는 대신에 예수님께서 걸으신 길, 가르치신 말씀을 따라 참 믿음으로 산다면, 그 분의 삶은 모든 이들에게 존경을 받게 될 것입니다.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께서 당하실 십자가의 수난에 대해 예고하셨습니다. 이 때 <주여 그리 마옵소서>라고 만류했던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는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라고 책망하셨습니다. 사람의 일이란 유리한 일, 이득 되는 일 등을 추구하는 약삭빠른 삶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일이란 진리를 따라 걷는 일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진리를 따라 구주가 되시기 위해 십자가의 길로 가셨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도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성도는 오직 진리를 따라 묵묵히 길을 가야 합니다. 비교의 대상이 아닌, 주님 앞에서 평가될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이게 우리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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