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점 일획까지라도
·본문/마태복음 5장 17-19절
설교는 예배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설교는 설교자나 회중 모두에게 어렵습니다. 회중들은 설교를 잘 듣고 진리를 깨닫고 하나님을 잘 믿어야 하니 어렵습니다. 때로는 설교를 끝까지 집중하여 잘 이해하면서 듣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반면에 설교자의 어려움도 상당합니다. 설득력 있게 말하는 언변과 지루하지 않게 말하는 유머가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성경 말씀을 왜곡하지 않고 정확하게 전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 점 일 획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고 하셨습니다. 정확한 설교가 너무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때로 설교를 준비하다보면 감정이 고조되거나 한쪽으로 생각이 쏠리면서 균형감각을 잃어 실수를 범할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그러했습니다. 그 주일 설교는 하나님과 다윗 사이에서 평생에 이어진 사랑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다윗을 선택하시고 사울의 칼에서 보호하시고 왕의 되도록 인도하신 분은 하나님이셨습니다. 다윗은 어떤 사람의 도움으로 그렇게 된 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다윗이 사무엘의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1부 예배 중에 <그 후로 다윗은 한 번도 사무엘을 만난 적도 없고, 도움을 받은 적도 없다>고 설교했습니다. 그러나 2-4부 예배 때는 그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사무엘이 다윗에게 기름을 부은 후에 다윗이 사무엘을 만나 도움을 받은 적이 한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참고, 삼상 19:18 이하) 그러므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도움을 받은 적도 없다>고 하지 말고 <겨우 한 번 만나 도움을 받았을 뿐이다>라고 했어야 옳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윗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왕이 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다가 소위 오버한 셈입니다. 문제는<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도운 적도 없다>로 되어 있는 설교원고를 방송실에 보냈는데, 제가 정정한 원고를 보내기도 전에 이미 인쇄소로 넘어가서 설교소책자인 <창고이야기>가 발간되었다는 것입니다. <창고이야기>가 사방으로 나눠질 텐데, 성도들의 오해를 가져올까 걱정입니다.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계명 중의 지극히 작은 것 하나라도 버리고 또 그같이 사람을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지극히 작다 일컬음을 받을 것이요 누구든지 이를 행하며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크다 일컬음을 받으리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장차 제자들이 말씀 사역을 함에 있어서 말씀을 왜곡하지 않도록 경고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부지중에 하나님의 말씀을 버리거나, 덧붙이거나, 왜곡하여 설교한 셈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습니다. 그것은 그 주일 1부 예배에 참석하신 교우들 중에서 이런 오류를 알아챈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한 분도 알아채지 못하셨다면 교우들이 성경을 잘 모른다는 증거이니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설교자도 부실하고, 듣는 교우들도 부실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님을 믿고 산 것은 정말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말씀을 더 정확히, 더 풍성히, 더 깊이 깨닫고 나누고 붙잡고 사는 것입니다. 인류의 첫 범죄도 말씀을 적당히 이해하는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먹으면 <반드시 죽으리라>고 하셨건만, 하와는 <죽을까 하노라>는 식으로 왜곡하였습니다.(참고, 창 2:17, 창 3:2-3) 말씀의 왜곡은 죄악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 한국교회의 여러 문제들은 말씀을 잊거나, 왜곡한 결과가 아닐까요? 부디 우리 모두 하나님의 모든 말씀을 정확히 읽고, 이해하고, 한 구절도 넣지도 빼지도 말고, 왜곡하지도 말고, 말씀대로 믿고 살아 하나님의 복을 받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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