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크, blink’를 넘어서
·본문/사무엘하 5장 17-25절
말콤 글랫웰(Malcolm Gladwell)이 쓴 『블링크, Blink』란 책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의 첫 머리에 재미있는 예를 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폴게티 박물관에 쿠로스 조각상을 팔러 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쿠로스 조각상이란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남자가 서 있는 모습의 대리석 조각상을 말합니다. 지금까지는 훼손된 것들만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작품은 완벽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흥분했습니다. 구매 가격으로 제시된 금액은 무려 일천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박물관 측은 신생 박물관으로서 그럴싸한 소장품이 없었기 때문에 이 조각상에 고무되어 각계 전문가를 불러 모았고, 무려 14개월에 걸친 자세한 분석 끝에 내려진 결론은 약 2천 년 전의 진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전시되었을 때 반응은 뜨거웠고, 뉴욕 타임지는 1면 머리기사로 대서특필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모두가 들떠 있을 때 몇 사람의 전문가들은 이 작품을 보자마자 불과 1~2초 만에 작품이 가짜임을 알아챘습니다. 무어라고 딱히 말할 수는 없었지만, 첫 느낌은 작품이 가짜라고 속삭였습니다. 결국 이 작품을 소장했던 이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편지 등을 연구한 결과 앞뒤가 맞지 않고, 당시에 쓰지 않던 우편번호나 아직 설립도 되지 않았던 은행이 등장하는 등, 거짓임이 밝혀졌습니다.
저자는 이 예를 통해서 무려 14개월이나 다양한 전문가가 분석하고 또 숙고한 것을 어떤 사람은 불과 1,2초 만에, 즉 눈 깜짝할 사이에 알아냈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이것을 무의식적 알아챔이라고 했습니다. ‘블링크’란 눈을 깜짝이는 것을 말합니다. 이 책에는 ‘첫 2초의 힘’이란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이 짧은 시간에 직감적으로 무엇인가를 알아낸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오래 생각한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결론에 이르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순간적인 직감적 판단이 더 옳을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지만, 과연 인생사가 모두 직관적 판단에 의해, 순간의 느낌에 의해 정해져도 좋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해도 과연 상관없는 것일까, 실수를 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습니다. 저자도 첫 2초의 힘을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실수의 위험성도 함께 언급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인생사의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우리 마음대로 하라고 말씀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어느 드라마에서 ‘마음이 시키는 대로’라는 대사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만,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다면 사사시대와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사사시대의 특징은 모든 사람이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하는 데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혼란스러운 무질서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성경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지 말라고 합니다. 우리의 감정이나 순간적 느낌이나 쏠림에 의존하지 말고, 하나님의 뜻을 물을 것을 말씀합니다. 다윗은 그 좋은 예입니다. 본문에서 보듯이 전쟁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다윗은 블레셋과의 전쟁에 나가기 전에 먼저 하나님께 여쭈었습니다.(19절, 23절) 그는 어린이처럼 하나님의 인도를 따랐고, 그 결과 승리했습니다.
성도는 순간의 느낌에 따르기보다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야 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해야 합니다. 하나님께 묻지 않고 잘 되는 것은 결국은 실패에 이릅니다. 압살롬은 반란 초기에 순탄했으나, 결국 멸망했습니다. 결코 기도보다, 하나님의 뜻보다 앞서면 안 됩니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이 그토록 열망하던 가나안을 앞에 두고 요단강 앞에서 사흘을 멈추어 섰던 것을 배워야 합니다. 늘 하나님께 묻는 기도의 삶을 살길 원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