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론
·본문/에베소서 6장 18절
현재 우리는 북한의 위협 아래 놓여 있습니다. 북한은 연일 위협 수위를 높여가면서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 이상하게 여겨지는 것은 정부의 태도입니다. 이쯤 되면 대통령, 혹은 총리 명의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거나, 아니면 기자 회견이라도 해서 정부의 입장과 대응방향을 알렸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담화문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때로는 정부가 대책을 세우기는 하는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소위 ‘오리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오리론이란 오리가 물위를 평화롭게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부지런히 쉬지 않고 발을 움직인다는 논리입니다. 이 말의 의도는 정부가 아무 대책도 없는 듯이 조용해 보이지만, 사실은 물밑에서 계속 우방국들과 대책을 협의하기도 하고, 실제적인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오리론을 접하면서 매우 동감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오리의 물 위에 떠 있는 부분입니다. 오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오리는 물속에서 한 시도 쉬지 않고 발을 움직이는 중입니다. 단지 그것이 물속에서 이루어지기에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보이지 않지만, 부지런히 계속되어야 할 것’이란 주제는 우리에게 많은 도전을 줍니다. 우선 보이는 것에 치중하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것에 관심을 가지라고 요청합니다. 겉멋에 취하면 인생에 실패하기 쉽습니다. 속은 비었는데 겉만 화려하다면 정말 큰일입니다. 건물의 첫째 생명이 안전성임을 고려할 때 외형과 화려함, 효과적인 공간 구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초입니다. 기초가 허술하다면 건물은 가벼운 지진도 견디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초 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악덕 업자는 기초 공사를 하면서 철근과 시멘트를 빼먹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겉보다 내면이 중요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중심을 보시는 분입니다. 뿌리 깊은 나무가 비바람에도 견고한 법입니다. 잎만 무성하고 뿌리가 깊지 못하면 작은 비바람에도 쉽게 뽑히고 말 것입니다. 우리는 믿음의 뿌리를 깊이 내린 성도가 되어야 합니다. 내면세계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또 ‘보이지 않지만 부지런히 계속 되어야 할 것’이란 주제는 우리에게 부지런히 영적으로 운동을 계속할 것을 가르쳐 줍니다. 이 영적 운동이 무엇일까요? 바울 사도는 본문에서 <모든 기도와 간구를 하되 항상 성령 안에서 기도하고 이를 위하여 깨어 구하기를 항상 힘쓰며...>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그는 ‘항상’이란 단어를 두 번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은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데살로니가전서 5장 17절 말씀을 연상케 합니다. 쉬지 않는 기도, 항상 깨어 구하는 기도,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물밑 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성도는 늘 기도에 힘써야 합니다. 빠르게 움직여야 할 위기 때뿐 아니라, 평온할 때에도 우리는 부지런히 기도의 발놀림을 해야 합니다. 북한의 위협을 받고 있는 이 때, 우리는 겉으로는 평온해야 합니다. 식료품과 기초 생필품을 사재기한다든지, 작은 소문에 동요해서는 안 됩니다. 여유 있게 물위에 떠 있는 오리들처럼 평안해야 합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쉼 없이 기도해야 합니다. 한 시도 쉬지 말아야 합니다. 이게 우리의 사명입니다.
한국 교회는 그 동안 민족교회, 애국교회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나라가 위난에 처할 때마다 눈물로 기도하면서 애국에 앞장섰습니다. 지금 우리는 또 다시 그 사명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깨어 기도할 때입니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물밑의 기도를 쉬지 말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깨어 일어나야 합니다. 우리 모두 간절히 믿음으로 하나님께 기도하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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