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못할지라도
·본문/막 16:9-20
초대 교회에서 내려오는 이런 전설이 있습니다. 지상 사역을 마치신 주님께서 승천하셨을 때, 마중 나온 천사장이 질문을 했습니다. ‘그 일들은 다 누구에게 맡기셨습니까?’ 그 때 주님은 ‘베드로에게 맡겼다.’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러자 천사장이 깜짝 놀라면서 ‘주님을 세 번이나 부인했던 사람에게 맡겨도 됩니까?’라고 하자, 주님은 ‘그래도 나는 그를 믿네.’라고 대답하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주님의 부활 후에 제자들이 보인 모습은 실망스럽습니다. 본문 중에도‘듣고도 믿지 않았다’(11절), ‘역시 믿지 않았다’(13절)는 말로 믿음 없는 제자들의 모습을 말씀합니다. 그들은 주님의 부활을 믿지 못했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의 믿음 없음과 완악함을 꾸짖으셨습니다(14절). 마태복음에는‘오히려 의심하는 자도 있더라’고 되어 있습니다(28:17).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주님은 그런 사람들에게 천하와 만민을 맡겼다는 것입니다(15절). 주님은 ‘너희같이 믿음 없는 사람들은 소용없다’고 물리치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맡기신 것입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용기를 줍니다. 우리들은 흠이 많고, 믿음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들을 사용하시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우리도 주님의 일꾼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격려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또 있습니다. 그것은 그처럼 믿음 없는 사람들이 나가서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열매가 맺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또 다른 기적이었습니다. 이런 열매는 어디서 왔을까요? 본문 20절은 ‘주께서 함께 역사하사’라고 말씀합니다. 믿음 없는 사람들이 열매를 거둔 비결은 주님께서 함께 역사하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부족을 메우시는 분입니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진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열매를 맺게 됩니다(마 28:18,20). 우리는 믿음이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믿어 주십니다. 이것이 신앙의 구조입니다.
마틴 루터는 로마서 1장 17절의 ‘오직 의인은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말씀에 큰 감동을 받고, 종교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본래 이 말씀은 하박국서 2장 4절의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그 믿음>은 누구의 믿음일까요? 대개의 경우 그 믿음은 “사람이 하나님께 대해 가지는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일부 히브리 사본을 보면 <그 믿음>은 “하나님께서 사람들에 대하여 가지시는 믿음>을 가리킵니다. ‘그’라는 소유격이 3인칭 단수입니다. 믿음은 <에메트>라는 단어를 번역한 것입니다. 본래 에메트는 신실하심, 성실하심, 불변하심 등을 말하는 단어입니다.
과연 우리는 하나님께 대하여 에메트를 가지고 있습니까? 베드로는 만찬 석상에서 큰 소리를 쳤지만, 불과 몇 시간 후 주님을 배신했습니다. 그는 주님께 에메트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베드로에게 에메트를 보여 주셨습니다. 여전히 베드로를 믿어 주시고, 양 무리를 맡기셨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에메트입니다. 사람이 하나님께 대하여 가지는 믿음도 따져 보면 먼저 하나님이 우리들을 사랑하셨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믿음도 없는 제자들을 여전히 믿어 주시고, 그들과 함께 하셔서 열매를 맺게 하신 주님의 신실하심, 그 변치 않는 사랑은 지금도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신앙과 사업 및 인생의 과정에서 ‘나 같이 믿음 없고, 보잘 것 없는 사람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낙심이 찾아 올 때마다 끊임없이 우리를 에메트로 대하시는 주님을 바라보면서 용기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이 분이 바로 부활하신 주님이십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믿음 없는 제자들을 믿어 주신 분입니다. 이 주님을 의지하고 힘있게 살아가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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