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CCTV
본문/ 시편 139편 1-12절
우리 교회당에는 몇 군데에 CCTV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뜰에도 있고, 안에도 있습니다. 교회당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분명히 바람직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마음이 불편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에 CCTV를 몇 군데 추가로 설치했습니다. 그 중 한 군데가 목양실 앞 입니다.
본래 교회에 CCTV를 설치한 이유는 무단 침입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교회당에는 외부 사람들이 많이 드나듭니다. 외부의 중·고등 학생들이 화장실에 불을 낸 적도 있습니다. 아마 담배를 피우다가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교회당 뜰에서 담배꽁초를 보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외부인들이 들어와 정자에 앉아 쉬는 것은 좋은데, 담배꽁초까지 버리니 어떤 때는 그들의 무지와 결례에 화가 나기도 합니다. 적어도 교회당 뜰에서 담배는 피우지 않아야 할 게 아닙니까? 그러나 그 분들을 일일이 지켜 서서 지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때론 교회당 안의 물건을 훔치려고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교회당에 설치된 CCTV가 도움이 된 적이 있습니다. 교회 앞길에서 사망사고가 있었는데, 경찰에서 우리교회의 CCTV 화면을 참고한 적도 있습니다. CCTV는 문자 그대로 필요악이 되고 있습니다. 이젠 목양실 앞에도 설치해서 지켜야 할 정도이니, 활짝 열어 젖혀 두고 살아도 아무 걱정이 없던 예전 시절이 그립습니다.
지난 여름, 소수민족이 사는 중국의 어느 도시에 갔더니 시골길 구석에까지 CCTV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골목길만 걸어가도 그 모습이 모두 찍히는 셈입니다.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 도시에서는 정치적인 소요 사태가 일어나서 중국 당국에서 시민들을 감시하려고 CCTV를 곳곳에 추가로 설치했다고 합니다. 중국에는 엄청나게 설치된 CCTV를 감시하는 사람만 수십 만 명에 이른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긴 세월 동안의 민주화 투쟁을 통해 자유를 쟁취한 현대인들이 스스로 저지르는 온갖 죄악 때문에 CCTV로 그 자유를 속박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본문 말씀은 다윗의 시로 ‘하나님의 CCTV’를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다윗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다윗 자신을 살펴보시고 아신다고 고백했습니다. 앉고 일어서는 것과 생각을 아신다고 했습니다. 그가 가는 모든 길, 그가 눕는 것, 그의 행위, 그의 혀의 말을 다 아신다고 했습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시선을 피할 수가 없다고 고백합니다. 아울러 하나님의 시선을 피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늘에 올라가도, 스올에 자리를 펴도, 바다 끝으로 가도 하나님께서는 거기 계시고, 그를 보고 계시다고 했습니다. 다윗의 고백을 보면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CCTV는 하나님의 CCTV인 것을 알게 됩니다. 하나님의 CCTV는 사각지대가 없습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다 보고 계십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CCTV가 세상의 것과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감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10절 끝에서 다윗은 <나를 붙드시나이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여기서 붙드심은 사랑과 보호를 의미합니다. 이것을 가장 절박하고도 분명하게 체험한 사람은 다윗 자신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는 사울 왕에게 쫓기면서 엔게디 황무지에 숨기도 하고, 동굴에 은신하기도 했습니다. 모압과 블레셋에 망명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다윗이 어디에 있든지 그를 보고 계셨고, 함께 하셨고, 지켜 주셨습니다. 다윗은 그 은총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심을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그 하나님 앞에서 범죄하지도 말아야 하겠습니다. 세상의 CCTV만 의식하지 말고, 하나님의 CCTV를 인식하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늘 <하나님 앞에서, Coram Deo>의 인식으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하나님의 시선 앞에서 아름다운 성도가 되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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