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뿐(?)식
본문/시 39편 1-7절
어머니께서 하늘나라로 가신 후 아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보고 싶습니다. 말씀도 나누고 싶습니다. “엄마!” 이렇게 불러보고 싶습니다. 저를 위해 드리시던 기도 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아쉬움 중에는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시던 음식도 포함됩니다. 어머니는 이북이 고향이어서 그 쪽 음식에 익숙하셨습니다. 만두, 콩을 맷돌에 갈아서 만든 콩 비지, 녹두부침개, 냉면, 그리고 맵지도 짜지도 않고 국물이 한없이 시원하던 김장 김치..... 우리 집에서는 땅을 파고 김장독을 묻었습니다. 겨울에 얼음을 깨고 국물을 퍼다 밥을 말아 먹으면 그 맛이 그만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그 특유의 맛이 어머니의 별세와 함께 사라졌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그 음식들을 먹어보지만, 어머니의 손맛은 아닙니다.
흔히 사먹는 밥은 살로 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사먹는 밥은 돌아서면 금방 배가 고파 옵니다. 신학대학원 시절 기숙사 밥이 그랬습니다. 하루 세 끼를 챙겨 먹어도 늘 배가 고팠고, 밤이면 기숙사에서는 연탄 난롯불에 라면을 끓여 먹곤 했습니다. 그러나 엄마 밥은 다릅니다. 반찬이 있든 없든, 많든 적든 엄마 밥은 배가 부릅니다. 그 밥엔 사랑이 있고 정성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아마 엄마 밥을 다시 한 번만 먹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은 저만은 아닐 것입니다.
새벽기도 때 예배당에 걸어오다 보니 제3영도교회 근처에 작은 분식집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식집 이름이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엄마뿐식!> 정말 정겹고 의미 있는 이름이었습니다. 맞게 쓴다면 <엄마분식>이라고 써야겠습니다만, <분>자를 <뿐>자로 씀으로써 <이 세상에 진짜 믿고 의지할 분은 엄마 뿐!>임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철이 없을 때는 엄마뿐임을 모릅니다. 집 밖에 엄마보다 더 좋아 보이는 것들이 많아 보입니다. 그래서 엄마를 무시하고, 엄마 밥의 값을 모른 채 외식을 더 좋아합니다. 철이 없어서 저도 엄마 밥보다 짜장면을 더 좋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철이 들고 보니 엄마 밥이 최고였음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엄마 밥을 해 줄 어머니는 떠나버리신 후입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그 아쉬움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다윗은 왕이 되어 아쉬울 게 없이 살았습니다. 그에겐 명령 한 마디에 출동할 수십만의 대군이 있었습니다. 그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신하들이 있었습니다. 부귀와 영광이 극에 달했습니다. 모든 게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엄마뿐!>의 가치를 깨닫듯이 <하나님뿐!>임을 깨닫는 순간이 왔습니다. 그는 왕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었습니다. 권력으로도 병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병들어 연약해졌습니다. 시편 39편 13절에서 <주는 나를 용서하사 내가 떠나 없어지기 전에 나의 건강을 회복시키소서>라고 기도한 것을 보면 그의 병은 가벼운 게 아니었습니다. 세상을 떠날 수도 있는 중병이었습니다.
중병에 허덕이게 되자 그 동안 그의 삶을 지탱해왔던 권력, 재물, 영광, 힘....등이 모두 의미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대단해보이던 인생이 손바닥 크기에 불과한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5-6절은 다윗이 깨달은 절망과 허무함을 보여줍니다. <주께서 나의 날을 한 뼘 길이만큼 되게 하시매 나의 일생이 주 앞에는 없는 것 같사오니 사람은 그가 든든히 서 있는 때에도 진실로 모두가 허사뿐이니이다 진실로 각 사람은 그림자 같이 다니고 헛된 일로 소란하며 재물을 쌓으나 누가 거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이 와중에서 비로소 그는 고백했습니다. 7절을 보면 <주여 이제 내가 무엇을 바라리요 나의 소망은 주께 있나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고백이야말로 <하나님뿐!>임을 고백한 것입니다. 여러분, 기억하십시오. <하나님뿐!>입니다. 그 하나님의 은혜로 배부르고, 기쁘고, 힘을 얻고, 승리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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