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말의 나의 말
본문/ 마 7장 1-5절
요즘처럼 할 말이 많았던 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모여 앉기만 하면 할 말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말들의 대부분은 <남의 말>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우리 화제에 오를만한 <남들>이 유달리 많은 것 같습니다. 이 <남들> 중 첫 자리는 정치인들입니다. 특히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남의 말>의 대상이 되어 화제 중심에 서 있습니다. 저도, 제 주변의 사람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아무런 양심의 고통 없이, 가책 없이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을 두고 입방아를 찧습니다. 그리고 이 <남의 말>을 하면서 우리는 한 편으로는 걱정하고, 한 편으로는 묘한 쾌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당신이라고 뭐 대단한가? 다 그렇고 그렇지. 당신도 어쩔 수 없지. 안 그래? 나랑 비슷하네.> 뭐, 이런 식의 마음이랄까요.
그리고 <남의 말>을 하는 우리 마음이 착잡한 것은 그 말의 내용들이 아름다운 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개는 험담과 비난입니다. 그들의 과거, 그들의 실수, 그들의 부끄러운 일, 그들의 도덕적, 실정법적 죄들을 비판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 분들 중 일부는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잘 생각도 못하고, 엄두도 못내는 일을 저지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못하는 일을 하니 특별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최근에는 정치인들만 입방아에 오르는 게 아니라, 교회 지도자들도 입방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대 교단 중 하나인 모 교단의 총회 석상에서 있었던 일이 주요 일간지에 모두 보도되었고, 어떤 신문은 사설까지 실었습니다. 총회에 용역이 동원되고, 가스총을 꺼내드는 상상도 못할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간의 숨겨진 사정이나 내용은 우리가 잘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정상은 아닙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교회가 세상을 걱정해야 하는데 세상에 교회를 걱정한다고들 말합니다. 모 텔레비전 방송사에서 이번 일들을 모아 특집 방송을 할 것이라는 우울한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인, 교회지도자, 연예인 등 이런 저런 사람들이 <남의 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유쾌한 추석 명절을 전후하여 이런 마음이 무거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이런 일들은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분명히 알 것은 알아야 하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도 그 책임을 느끼는 같은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회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하나님 앞에서 우리를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요즘 이런 분위기에 살면서 제가 생각하는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남의 말>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입니다만, <나 자신은 어떤가?>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기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눈에 있는 티를 빼라고 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은 행태를 꾸짖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먼저 자기 눈의 들보부터 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 당시에 남의 눈의 티에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자기 눈의 들보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다름 아닌 바리새인이었습니다. 바리새인들 나름대로 율법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그랬기에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비판적이었습니다. <왜 나처럼 못하는가?>라고 책망했습니다. 당시 바리새인들은 이렇게 하면서 율법의 가장 큰 내용인 사랑은 알지 못했습니다. 사실 율법의 핵심은 사랑인데 말입니다. 위로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아래로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우리도 그렇습니다. 이런 저런 사람을 대상으로 입방아를 찧는 이유는 우리 안에 사랑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입방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사회가 되길 소원합니다. 그리고 우리도 입방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살길 원합니다. 그러면서 늘 남의 눈을 들여다보기보다 우리 눈을 들여다보길 원합니다. 그래서 남의 말을 하기보다는 하나님 앞에서 나의 말을 더 많이 하길 원합니다. <고발>보다 <고백>,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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