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안의 보배들
본문/고린더후서 5:17
방대한 강물 선교사님 내외가 사역하는 신강에 다녀왔습니다. 신강 땅은 늘 마음에 아스라하게 남아 있던 곳이었습니다. 신강 한 복판에는 타클라마칸 사막이 버티고 있습니다. 타클라마칸이란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뜻입니다. 사하라 사막 다음으로 큰 죽음의 땅입니다. 또 사막 위쪽으로는 5,6천 미터를 넘나드는 장쾌한 천산 산맥이 동에서 서로 흐르고 있습니다. 만년설이 덮여 있는 산정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아래쪽 풀 한 포기 없는 산군들도 숨이 턱 멎도록 만드는 장관입니다. 타클라마칸 사막 아래에는 천산 산맥보다 더 높은 7천 미터 대의 곤륜산맥이 버티고 있고, 그 아래는 히말라야 산맥으로 이어집니다. 또 천산산맥 위로는 얼마간의 평원이 있고, 그 후엔 알타이산맥이 러시아와 국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곳 또한 만년설에 덮여 있는 곳입니다. 한 마디로 신강은 사막과 하늘을 찌를 듯한 산맥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은 아무리 달려도 끝도 없이 황폐한 땅들뿐입니다.
무협지를 보면 천산파가 등장하고, 혹은 수염이 허연 천산노인이 은거를 깨고 강호에 등장하는 내용이 곧잘 나오곤 합니다. 곤륜파도 무시할 수 없지요. 곤륜산맥 아래쪽은 티벳의 서장으로 이어지는데, 그 곳도 무협지 단골 메뉴입니다. 이렇다보니 신강 지역을 여행하는 것은 소풍가는 소년처럼 제 마음을 부풀게 했습니다. 그 곳에서 천산노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거기 천산노인은 없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유목민들, 포도농사에 바쁜 농부들, 그리고 중앙아시아와의 교역이 증대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신강의 미래를 그리는 사업가들, 그리고 정책적으로 한족들을 유입시켜 위구르인들의 분리 독립 운동을 억제하려는 중국 당국의 노력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 곳도 치열한 삶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곳, 기쁨과 슬픔이 교차되는 곳, 생김새가 다르고 음식이 다르고 풍속이 다르지만, 행복하게, 사람답게 살기를 바라기는 마찬가지인 곳, 사람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곳이었습니다. 수 천 년 전부터 사막의 대상들이 오가던 실크로드에는 이젠 고속도로가 놓이고 대형 트럭들이 꼬리를 물고 달리고 있었습니다. 우린 그 틈에 작은 버스를 타고 주변을 보며 때론 탄식하고, 때론 경탄했습니다.
사람들은 신강을 죽음의 땅이라 여겼습니다. 가도 가도 끝도 없는 황량한 평원, 사람의 흔적을 보기 힘든 광대무변한 땅이었습니다. 풀 한 포기 없는 곳이 태반이었습니다. 곳곳에 염분으로 인해 땅이 허옇게 보일 정도로 메마른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신강은 더 이상 죽음의 땅도, 버려진 땅도 아니었습니다. 중간 중간 엄청난 풍력발전 시설이 서 있고, 그 평원 한 복판에 대규모 신도시가 개발되고 있었습니다. 황량한 평원에 웬 신도시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알고 보니 그 곳은 천연 가스, 원유, 엄청난 희토류 등, 향후 중국의 15억 인구를 백 년 이상 먹여 살릴 보고라고 했습니다. 어제의 버려진 땅이 오늘에 와서 보배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땅을 보면서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 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무가치한 존재란 없습니다. 왜 하나님께서 신강 지역을 이처럼 쓸모없게 만드셨는가 하는 생각은 우리의 무지였을 뿐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쓸모없는 것은 없습니다. 최근에 인간 게놈 지도가 새롭게 완성되었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전에는 쓰레기 DNA로 여겼던 것들이 많았는데, 알고 보니, 그것들이 매우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나님 안에서는 무가치한 존재란 없습니다. 모두가 보배입니다. 우리 자신을 못난이 취급하면 안 됩니다. 다 귀하게 만드셨습니다. 단지 우리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힘내십시오. 우리는 한 없이 소중한 존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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