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날 계시지 않으시다
본문 / 요 2장 12절
예수님께서는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나사렛에서 사셨습니다. 전승은 요셉이 일찍 세상을 떠나신 것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셨을 때부터 어머니 마리아의 기록이 있을 뿐, 요셉의 기록은 없습니다.
예수님의 존재는 마리아에게 큰 기쁨이요, 힘이었을 것입니다. 아들이지만, 존경했고, 존경하면서도 사랑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어머니에게 최선을 다한 아들이셨다고 생각합니다. 목수로 일하여 봉양하시고 잘 모셨을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수님의 입에서 <떠나겠다>는 말씀이 나왔겠지요. <어머니, 이제 저는 떠나고자 합니다. 어머니의 아들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로서 세상을 위해 할 일이 있답니다. 제가 없더라도 평안하십시오.>라고 하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리아도 붙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분이 누구인지 알기에, 그리고 그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을 예견하고 있었기에, 인간적인 마음으로는 붙잡고 싶었지만, 기꺼이 떠나보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떠나셨다고 해서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얼마 후 제자들과 함께 나사렛에 오셨고, 회당에서 설교를 하셨습니다. 그런가 하면 가나에서 혼인잔치가 열렸을 때도 함께 있을 수 있었습니다. 혼인 잔치가 열린 가정은 어쩌면 마리아의 친족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마리아가 염려했던 것을 보아 그렇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 그리고 마리아는 모처럼 얼굴을 맞대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셨을 것입니다.
혼인 잔치가 끝난 후 본문인 12절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어머니를 모시고 제자들과 함께 가버나움으로 내려가셨습니다. 이맘 때 쯤 예수님의 가족들이 가버나움에 이사를 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마태복음 4장 12-13절을 보면 <예수께서 요한이 잡혔음을 들으시고 갈릴리로 물러가셨다가 나사렛을 떠나 스불론과 납달리 지경 해변에 있는 가버나움에 가서 사시니>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로 볼 때 가나의 혼인잔치 후 예수님께서는 어머니의 집에 가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얼마나 그리운 시간이었을까요? 모처럼 예수님께서도 편히 쉬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곳에 오래 계시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여러 날 계시지는 아니하시니라>고 했습니다. 꿀맛 같은 휴식의 시간이었지만, 오래 탐닉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분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로 가셨습니다. 언제나 예수님의 마음에는 당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로 가시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마가복음 1장 38절을 보면 예수님의 이런 마음에 대해 잘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르시되 우리가 다른 가까운 마을들로 가자 거기서도 전도하리니 내가 이를 위하여 왔노라 하시고>
여름휴가철이 끝났습니다. 물론 이런 저런 사정으로 뒤늦은 휴가를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휴가 시즌은 끝났습니다. 휴가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할 때 모두 힘들어 합니다. 좀 더 쉬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집니다. 그러나 여러분, 예수님도 오래 머물지 않으셨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고여 있는 물은 썩습니다. 물은 끊임없이 바위를 휘돌아, 들판을 가로질러 흐를 때 생명력을 가집니다.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인생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저는 땅끝교회에서 23년이나 머물고 있습니다. 제일 두려운 것 중 하나가 고여 썩으면 어쩌나 하는 것입니다. 날마다 새로운 사명의식으로 흐를 때 그 삶이 의미가 있습니다. 날마다 새롭게 설교하고 싶습니다. 날마다 설렘이 이어지길 원합니다. 여러분, 이 가을에 우리 모두 현재의 구태를 떠나 새로운 차원으로 달려가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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