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본문/요 13장 36-38절
대형가수 패티 김의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이란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는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노래입니다. 나뭇잎들이 낙엽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이 노래를 듣는다면 제격이겠지요. 지금은 8월. 한낮에는 아직도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가을이 되려면 한참 더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를 떠올리는 것은 비록 계절은 다르지만, 우리를 남기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요즘 떠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학이 다가오니 방학 때 와 있던 아이들이 떠납니다. 교회 청년들 중에도 개학이 되어 학교로 돌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여름 휴가차 왔다가 떠나는 이들도 있습니다. 7, 8월은 흥청대다가 9월이 다가오면 왠지 철 지난 해수욕장처럼 마음이 스산해지곤 합니다. 게다가 최근에 저희 교회에서는 대학 1학년인 집사님 아들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남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떠나는 사람은 남는 사람의 마음을 잘 모르고, 남는 사람은 떠나는 사람의 마음을 잘 모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둘은 서로 다를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떠나는 사람도 한때는 남는 사람이었고, 남는 사람도 언젠가는 떠나는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원히 남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모두가 때가 되면 떠날 것입니다.
떠나는 사람들은 많은 여운을 남깁니다. 그 여운이 때론 기쁨이요, 때론 슬픔이며, 어떤 때는 감동이요, 아련한 아픔이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감정들을 곱씹으면서 남은 사람들도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곁을 떠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떠나는 분이시고, 제자들은 남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락방에서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잡수시면서 성찬예식을 제정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떠나실 것을 말씀하셨고, 제자들의 표정은 어두워졌습니다. 베드로가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물었을 때 예수님께서는 <내가 가는 곳에 네가 지금은 따라올 수 없으나 후에는 따라오리라>고 하심으로써 언젠가는 제자들도 떠나는 사람이 될 것을 예고하셨습니다.
우리도 이 말씀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는 남은 사람들이지만, 때가 되면 떠날 것입니다. 먼저 가신 예수님을 따라, 앞서 간 선배들을 따라 떠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한 방랑객이나 나그네는 아닙니다. 우리에게 분명한 목적지가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여행자입니다. 우리는 인생과 세상을 인식하는 시계를 차고 있으면, 그 때를 헤아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예수님께서 먼저 가서 기다리시는 바로 그 곳,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남은 우리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떠날 때가 올 때까지 내놓을 것들을 준비해야 합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따라가고 싶은 열망으로 <주를 위하여 내 목숨을 버리겠나이다>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가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할 것을 예고하셨습니다. 지금 당장 목숨을 내놓고 따라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삶속에서, 아직 남아 있는 동안에 예수님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제자들에게 예수님을 인정하는 가장 좋은 길은 세상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따라가겠다고 보채는 제자들에게 복음을 전할 사명을 주셨습니다.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은 영원히 엇갈리는 게 아니라, 하늘나라라는 목적지에서 다시 만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때 서로 미안하지 않으려면 남아 있는 동안에 아름다운 선물들을 잘 준비해야 합니다. 개학을 해서 학교로 돌아간 자녀들은 좋은 성적표를 가지고 부모님을 만나야 하고, 부모님은 멋진 삶으로 자녀들을 대해야 합니다. 언젠가 우리 주님을 만날 때를 생각하면서 남은 우리도 주님께 드릴 멋진 선물을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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