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꿈 어떻습니까?
본문/마태복음 13:1-4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13장 1절 이하에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 비유는 ‘밭의 비유’라고 하는 게 옳겠지요. 이 비유에는 길 가, 돌밭, 가시떨기, 좋은 땅이라는 네 종류의 밭이 나오고, 밭에 따라서 열매를 맺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밭이란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요, 씨는 예수님의 복음, 말씀입니다. 우리는 그 복음을 뿌리도록 사명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씨 뿌리는 사람의 마땅한 태도는 무엇일까요? 우선 열심히 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열심만 가지고 될까요? 여기서 심각한 문제가 대두됩니다.
언제부터인지 밭이 점점 딱딱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회를 향한 사람들의 마음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전도가 점점 힘들다고 합니다. 씨를 뿌려도 길 가에 떨어진 씨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심겨지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열심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새들만 좋게 할 뿐이니까요. 이 때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밭부터 깊이 갈아엎은 후에 씨를 뿌려야 합니다.
저는 사람들의 마음 밭을 가는 꿈을 꾸곤 합니다. 예를 들어 교인이 수 만 명쯤 되는 대표적인 교회들이 한 교회 당 100억 정도의 기금을 매 년 내놓습니다. 잘 모르기는 하지만, 그 정도 규모의 교회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교회들도 규모에 따라 기금을 내놓습니다. 작고 어려운 교회들은 조금씩 동참합니다. 정 어려우면 기도하는 마음만으로도 족합니다. 저는 혼자서 주먹구구식으로 계산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 교단 교회들이 비장한 결단을 하고 참여한다면 매 년 1천억 정도는 조성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후엔 이 기금으로 사회의 어려운 이들을 파격적으로 돕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대한예수교장로회 ****, 불우 이웃을 위해 1천억 기금 조성”, 뭐 이런 식의 기사가 대서특필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는 거룩한 샘을 잘 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 장로교, 감리교 등 교단과 교파를 초월하여 모두가 다 함께 시작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엄청난 기금이 주님의 이름으로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히는 데 사용될 것입니다. 이 일을 한 십 년 계속하면 우리는 주님의 사랑을 상당한 수준에서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마음이 길 가처럼 굳었던 사람들이 복음을 향해, 교회를 향해, 궁극적으로는 주님을 향해 마음을 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 후에는 씨가 잘 심겨질 것입니다. 굳이 총동원 전도집회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교회는 부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부흥이 진짜 부흥 아닐까요? 여러분, 어떻습니까?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꿈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런 돈이 어디 있어? 그리고 돈 있다고 교회들이 척척 내겠나? 현실을 모르는 소리지...”라고 하실 것입니다. 물론 저도 잘 압니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한 번 꿈을 꿔 봤습니다”라고 적은 것입니다.
그렇지만 두렵습니다. 어느 날 “동화사 100억, 통도사 100억, 해인사 100억, 범어사 100억, 불국사 100억… 총 5천 억 불우이웃을 위해 희사”, 이런 기사가 신문마다 대문짝만하게 실릴까 두렵습니다. 우리가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그들이 현실로 만들까 두렵습니다. 그들이 선수를 치면 뒤늦게 우리가 1조를 내 놓아 보아도 이미 때가 늦습니다. 그러니 독자 여러분, 보안 유지에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는 정말 없는 것일까요? 저는 우리가 이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가의 여부에 한국교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저는 “김 목사, 당신부터 하시오”라는 마음의 소리 앞에서 큰 찔림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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