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보내는 기쁨
본문 / 행 13장 1-3절
제 아들 녀석은 지금 대전에서 대학원 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것 같고, 그 지역의 교회 청년대학부에서 마을장으로 열심히 섬기고 있습니다. 어떤 때 보면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어떤 때는 좀 염려스러울 때도 있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물건을 간수할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지갑을 흘린 게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자기 것을 꼼꼼히 챙기지를 못합니다. 좀 차근차근하게 잘 챙길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때로는 물건은 흘려도 마음만 흘리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제 아들이 흘리고 다니길 잘 하는 것은 저를 닮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에 제 어머니께서는 어깨에 메는 가방 대신에 손에 드는 가방을 사 주셨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어깨에 메고 두 손이 자유롭게 다니는데, 저만 큰 가방을 땅에 끌리게 들고 다녀야 했습니다. 그래서 가방이 빨리 망가지길 기대했습니다. 다음에 새 가방을 살 때는 어깨에 메는 것을 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애꿎은 가방을 땅에 끌리게 하기도 하고, 빙빙 돌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가 보니 책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그렇게 소원하던 대로(?) 가방 아래쪽이 찢어졌는데, 가방을 하늘로 빙빙 돌리면서 오고가다보니 책이 다 빠져나간 것이었습니다. 그 해 교과서 없이 공부하느라고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세상에서는 자기 것을 못 챙기는 사람을 바보라고 합니다. 흘리고 다니는 사람, 얻어내야 할 것을 얻지 못하는 사람을 바보라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안디옥교회 교인들은 바보였습니다. 안디옥교회는 이방인들의 도시에 세워진 교회로서 유대인과 이방인들이 모두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어 있는 모범적인 교회였습니다. 주님께서 안디옥교회를 통하여 기독교 최초의 선교사를 보내게 하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미 주님께서는 사도행전 1장 8절에서 복음이 예루살렘, 유대, 사마리아를 거쳐 땅 끝까지 퍼질 것을 말씀하신 바 있었습니다. 그리고 땅 끝 선교의 첫 주역으로 안디옥교회의 지도자 중 바나바와 사울을 보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스데반 집사님의 순교 후 퍼져나간 사람들이 안디옥에 복음을 전했을 때, 안디옥에 와서 아름다운 교회를 구축한 주역은 바나바였고, 그를 도와 열매를 맺은 이는 사울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안디옥교회의 보배였습니다. 안디옥교회의 오늘이 있게 한 주역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을 뺀 안디옥교회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본문은 안디옥교회 성도들이 거룩한 바보(?)임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기꺼이 이 두 사람을 보냈습니다. 조금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보냈습니다. 주님께 순종했습니다. 두 사람을 끌어안고 있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둘로 인해 복음이 널리 퍼지길 갈망했습니다. 안디옥교회는 위대한 지도자인 바나바와 사울을 세상에 흘려보낸 것입니다. 그 흐르는 물을 온 세상 사람들이 퍼서 마시길 원한 것입니다.
고여 있는 물은 썩습니다. 그러나 흐르는 물은 생명의 물이 됩니다. 우리 교회가 많은 인재, 많은 물질, 많은 사랑을 세상에 흘려보내길 원합니다. 반드시 우리 품안에 끌어안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차 천국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끌어안고 있는가>에 의해 평가되는 게 아니라, <평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이 흘려 보냈는가>에 따라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사랑도, 물질도, 시간도,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인재들도 기꺼이 흘려보내길 원합니다.
이미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을 우리를 위해 세상에 보내셨고, 예수님은 당신의 보혈을 우리에게 흘려보내셨습니다. 이제 우리도 <내 것>이라 하지 말고, 세상에 내보낼 줄 아는 멋진 교회, 멋진 성도가 되길 원합니다. 소유하는 기쁨보다 흘려보내는 기쁨이 더 큰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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