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고 싶습니다
본문/고후 5장 17절
새 것을 추구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새 것을 추구하게 되는 이유는 낡아가는 것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기 때문입니다. 새로 입어 기분이 좋았던 교복이 졸업 때가 되면 팔도 짧아지고, 품도 좁아져서 버리게 됩니다. 새로 지어 입주했던 집도 낡아서 손볼 곳이 많은 낡은 집이 되고 맙니다. 빛이 곱던 단풍잎을 책 사이에 끼어 보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붉고 아름답던 빛이 바랩니다. 더 오래 오래 간직하고 싶지만, 우리네 삶의 모든 것은 다 낡아갑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는 한편으로는 낡아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가지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움을 갈망하게 됩니다.
신약 성경에서 새로움을 드러내는 두 가지 단어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네오스>라는 단어입니다. 네오는 순서에 있어서, 시간에 있어서 새로운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새 옷을 사면 그 옷은 그 이전에 입던 옷들보다 새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옷을 사게 되면 방금 전까지 새 옷이었던 것이 이제는 낡은 옷이 됩니다. 이 때의 새로움은 상대적입니다. 그리고 이 새로움은 얼마 가지 않아 퇴색되고 맙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네오스>의 한계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자동차, 새로운 옷, 새로운 집 등에 집착하니까요. 이 때의 새로운 것들은 우리를 근본적으로 행복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새로움을 표현하는 단어 중에 <카이노스>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그 이전에 있었던 것들과도 다르고, 앞으로 있게 될 것과도 다른, 그 하나만 존재하는 의미에서 새 것을 말합니다. 카이노스적인 새로움은 복제품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 낡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언제나 새로운 것으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이것은 본질적이고도 화학적인 새로움을 말합니다.
<네오스>와 <카이노스>가 함께 사용된 구절이 있습니다. 마태복음 9장 17절을 보면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지 아니하나니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 포도주도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됨이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둘이 다 보전되느니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때 <새 포도주>라 할 때의 새것은 <네오스>입니다. 흔히 새 포도주는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혹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도 생각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네오스>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성령님,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은 과거에나 지금에나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윗에게 임하신 성령님과 오순절 다락방에 임하신 성령님은 동일한 분입니다. 단지 <네오스>란 말을 씀으로써 그 성령님이 더 풍성하고 충만하게 임하시다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그러나 <새 부대>라고 할 때는 <카이노스>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과거의 부대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부대를 말합니다. 질적으로 완전히 존재 자체가 다른 것을 말합니다. 부대는 우리를 말합니다. 성령의 기름 부으심,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더 풍성하게 얻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새 부대, 즉 새로운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카이노스적 새로움>은 우리 존재가 완전히 달라질 때 옵니다. 우리는 환경이 바뀌기를 기다리지 말고, 우리 자신이 새로워져야 합니다. 고린도후서 5장 17절은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고 말씀합니다. 이 때의 새로움도 역시 카이노스적 새로움입니다. 이 새로움을 위해 우리는 과거의 껍질을 벗어야 합니다. 바다 가재는 껍질을 벗음으로 성장합니다. 껍질의 보호가 그리워 껍질 벗기를 거부한다면 가재는 껍질이라는 감옥에 갇혀 죽고 말 것입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전적으로 새로움을 입는 과정입니다. 현재의 몸은 죽고 신비로운 새로운 몸을 입게 됩니다. 성도는 살아있을 때나 죽을 때나 새로움을 위해 달려가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손안에서 우리 모두 새롭게 되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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