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채워야 할 것
본문/마태복음 12장 34-37절
총선이 끝났습니다. 늘 그렇지만 이번 총선은 유달리 요란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은 김 모 후보의 막말 파동이었습니다. 민간인 사찰 문제나, 정권 심판 등의 이슈는 선거 때마다 늘 있어왔기에 식상한 반면, 막말 문제는 모든 국민을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욕은 분노와 흥분을 과격한 행동으로 옮기지 않도록 완충 지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욕이라도 실컷 하면 때리고 부수고 싶은 충동이 얼마간 사라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또 세상에는 욕을 먹어 마땅한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욕은 사회 정화적 기능도 하는 것 같습니다. 감옥에 보내거나 린치를 가하는 대신에 악을 저지른 사람에게 욕을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육체적 고통을 주지 않고도 절제시키고 사회적 징벌을 가할 수 있습니다. 또 욕이야말로 일반 백성들의 정서를 가장 실감나게 드러내준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욕이 가진 이런 긍정적 기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스도인들이 욕을 할 수는 없습니다. 착하고 선한 사람은 화가 나도 욕을 못합니다. 아마 쑥스럽고 어색해서라도 욕을 못할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욕을 하는 사람은 둘 중 하나입니다. 그가 욕이 일반화된 환경에서 성장하여 살아감으로써 욕의 좋고 나쁨을 의식하지 못하고 이미 언어습관으로 굳어 버렸거나, 혹은 그의 마음이 욕을 할 수밖에 없는 것들로 가득 채워진 것입니다. 이 중에서 심각한 것은 두 번째 경우입니다. 첫 번째 경우라면 욕이 나쁘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쓰지 않도록 습관을 들이면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마음에 악이 가득차서 욕이 튀어나오는 것이라면 정말 심각합니다. 이때는 그의 존재 자체가 변화되지 않으면 욕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금번에 문제가 되었던 김 모 후보는 자신의 막말이 파장을 일으키자 피해를 준 곳에 찾아가 엎드려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때의 실수였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며칠 후 다시 욕쟁이로 살겠다는 글을 올렸다고 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아마도 앞의 두 가지 경우 중 두 번째 경우가 아닌가 생각이 되어 씁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런 모습이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의 일반적 모습이라면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요즘 목회자들의 세계에서는 강단 언어 문제가 심심찮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강단에서 설교할 때 사용하는 단어와 설교의 전개 방식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너무 설교가 천박해졌다고들 염려합니다. 지극히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을 외치는데 너무 천박하고 가벼운 논리와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설교를 지루하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개입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결코 가볍게 넘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재미있는 설교가 명 설교’라는 도식이 굳어진다면 한국 교회의 강단은 무너질 것입니다. 명 설교가 무엇일까요? 명 설교란 재미와는 상관없이 은혜롭고 진리를 정확히 전달하며, 사람의 영혼과 삶을 변화시키는 감동이 있는 설교입니다. 품격이 있고, 내용이 참신하고, 성경을 정확히 전달하면서도 속된 재미가 아닌 거룩한 재미가 있는 설교라야 할 것입니다.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마음에 가득한 것을 입으로 말한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내부에 쌓여 있는 것들이 결정합니다. 마음에 선이 가득한 사람은 말도 선합니다. 그러나 마음에 악이 가득한 사람은 말도 악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마음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우리 사회에서 언어생활까지도 이끌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 입으로 복음을 말하고 하나님을 찬미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마음에 아름다운 것을 채워야 하겠습니다. 은혜, 하나님의 착함과 선함, 거룩한 기쁨과 감사 등이 우리 내면에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그리하여 생각도, 말도 모두 아름답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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