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이야기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선거는 필요악인 것 같습니다. 선거 때문에 사회가 분열되고 개인도 많은 상처를 받습니다. 차라리 선거가 없다면 이런 일도 없을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서 선거를 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누군가는 나라를 위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거철에 대두되는 많은 문제들 가운데 으뜸은 <누가 진정한 인물인가>하는 것입니다. 선거철이 되면 <나야말로 지도자가 되기에 적합하다>고 스스로 외치는 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본문 말씀은 선거철에 묵상하기 적합한 말씀이라고 생각됩니다. 두려움이 많던 기드온이 하나님께 선택을 받고 동료 삼백 명과 함께 나아가서 미디안의 손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구원은 하나님께서 이루신 것이었지 결코 기드온 등에 의해 이루어진 게 아니었습니다. 전쟁 후에 백성들이 기드온에게 왕이 되어 다스려줄 것을 요청했을 때, 기드온은 오직 하나님만이 왕으로 다스릴 것이라고 하면서 백성의 청을 거절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기드온은 자신의 위치를 알고 절제하였으나, 그 아들 중 아비멜렉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세겜 출신으로 기드온의 첩으로서 그를 낳았습니다. 아버지가 왕되길 거절한 소식을 들은 후 그는 세겜성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기드온의 아들들을 모두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천인공노할 악행이었고, 세겜 사람들은 거기 부화뇌동하였습니다.
이 참극에서 유일하게 목숨을 건진 기드온의 아들은 요담이었습니다. 요담은 도망가면서 세겜 사람들에게 한 가지 비유를 이야기했는데, 그 내용이 본문입니다. 비유의 내용은 산의 나무들이 왕을 뽑기로 했는데, 그 후보였던 감람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는 왕 되기를 거절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시나무는 나무들의 왕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가시나무는 두말할 것도 없이 악한 아비멜렉을 말합니다. 요담은 가시나무에서 불이 나와 나무들을 사를 것이라고 하면서, 아비멜렉으로 인해 세겜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될 것을 말했습니다. 실제로 아비멜렉과 그를 도왔던 세겜 사람 모두 파멸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비유 속에서 왕이 되길 거절했던 나무들은 왜 거절했을까요? 그 이유는 이 나무들은 자신들의 열매를 왕의 자리보다 더 소중히 여겼기 때문입니다. 감람나무는 열매로 짜는 기름을, 무화과나무는 그 단 열매를, 포도나무는 포도주를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 열매를 두고 왕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행복은 그의 본래적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는 데 있습니다. 헬라 사람들은 <덕>이란 <가장 그 다운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버지의 역할을 다해 아버지다울 때 그는 아름답습니다. 학생은 책상머리에 있을 때 학생답습니다. 예루살렘 교회의 사도들은 구제헌금을 관리하는 것이 문제가 되자 자신들은 기도와 말씀에 전무하겠다고 하면서, 재정 관리를 집사님들에게 맡겼습니다. 저 같은 목사가 기도와 말씀 사역을 뒤로 하고, 신변잡기나 엉뚱한 데 욕심을 낸다면 문제이겠지요.
볼테르는 말하기를 “사람들은 할 말이 마땅치 않으면 욕을 한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마땅히 맺어야 할 열매가 없는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법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본분은 무엇일까요? 각자의 위치에서 현재 우리가 맺어야 할 열매를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자기 본분에 충실한 것은 아름답습니다. 우리 모두 열매를 많이 맺길 원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열매도 없으면서 왕이 되려했던 가시나무 같은 사람이 당선되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열매를 많이 맺는 사람이 당선되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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