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 무너질 때
오늘날 우리들은 붕괴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효도, 성실, 정직 등의 과거의 가치관들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제자가 스승을 존경하고 따라 배우는 가치관도 붕괴되고, 오히려 인권을 앞세운 제자들 앞에서 선생님들이 주눅이 든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백성의 안전과 삶에는 관심을 버린 지 오래인 북한, 그 악독한 세습 권력을 찬양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가정도 붕괴된 지 오래입니다. 설상가상으로 교회들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무너지고, 대형교회들이 무너지고, 목회 윤리가 무너지고… 사방 무너지는 소리뿐입니다. 그와 함께 우리 마음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본문은 붕괴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남 왕국 유다는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에 의하여 멸망했습니다. 영원할 것처럼 보였던 예루살렘성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성이 무너진 것이 4월 9일이고, 이스마엘이 반란을 일으켜 총독 그다랴를 죽인 것이 7월 1일인 것을 보면 본문은 예루살렘성이 함락되고도 수개월 이상 지난 때임을 알 수 있습니다(렘 39:2, 41:1). 이미 예루살렘은 무너졌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들의 성벽도 맥을 추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붕괴는 이미 기정사실이 되었습니다. 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황한 사람들이 예레미야를 찾아와서 하나님께 기도하여 자신들이 <마땅히 갈 길과 해야 할 일>을 배우게 해 줄 것을 예레미야에게 요청했습니다(렘 42장 1절 이하). 예레미야는 그들의 말대로 기도했고, 열흘 후에 하나님은 예레미야를 통해서 그들에게 응답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이 땅을 떠나지 말라>는 것과 <바벨론 왕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재앙을 거두고, 구원하고, 회복시켜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만약 이 땅을 떠나고, 재앙과 고난을 피할 목적으로 애굽으로 피신하면 오히려 기근과 칼과 염병으로 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셨습니다.
그러나 본문은 이상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분명히 자신들이 먼저 기도를 요청했고, 응답을 받았으면서도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사람들을 모아 애굽으로 내려갔습니다(43장 1절 이하). 기도 따로, 행동 따로였습니다. 그들은 왜 예루살렘을 버리고, 애굽으로 갔을까요? 그것은 예루살렘은 전쟁의 후유증으로 고생스럽고, 결핍되고, 고난이 많은 땅이었던 반면에, 애굽은 풍요와 평화의 땅으로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이 땅>, 예루살렘성에 계속 머물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고난을 묵묵히 견딜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왜냐하면 그 고난은 우연히 온 것이 아니라, 유다 백성들 자신의 죄악의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앞에 죄악을 고백하고 채찍 앞에 종아리를 걷어붙이는 것이 옳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채찍을 피해 도망하지 말고 오히려 스스로 종아리 맞기를 자청해야 합니다.
또 하나님의 손은 때리기만 하시는 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때리시다가 싸매십니다. 미가 선지자는 이 사실을 알았기에 “주의 심판 앞에서 노를 당하겠지만, 후에는 광명에 이르게 하실 것”이라고 했습니다(미 7:9). 하나님은 토기장이와 같습니다. 진흙덩어리가 파상하여 제대로 그릇이 되기 못해도 하나님은 토기장이처럼 그 흙덩어리를 다시 주워 녹로 위에서 아름다운 그릇을 만드십니다. 하나님의 손안에 머물면 언젠가는 채찍이 그치고, 구원과 회복의 은총이 임합니다.
우리도 눈앞의 고통을 피하려고 인간적 도피처를 물색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하나님 앞에서 종아리를 걷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의 은총을 사모해야 합니다. 고든 맥도날드 목사는 “깨어진 꽃병은 비록 깨졌던 자국은 흉터처럼 남아 있지만, 접착제로 붙인 이후에는 넉넉히 제 구실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비록 자국은 남더라도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다시 회복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땅>, 우리의 현재를 사랑하면서, 하나님의 회복시키시는 은총을 바라봅시다. 반드시 하나님께서 우리를 다시 세워 주실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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