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한 죽음
마 26:36-46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주님이시며 만왕의 왕으로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자신이십니다. 우리가 아는 예수님은 조금도 부족함이 없으시고 완벽하신 분입니다. 우리가 절망하는 곳에 예수님은 소망으로 다가오셨고, 우리가 실패하는 곳에 성공과 승리로 오셨습니다. 우리가 무능하여 주저앉을 때 예수님은 능력으로 오셨으며, 우리가 고통당할 때 위로와 치유의 손길로 다가오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의 연약한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예수님은 언제나 강하고 능하신 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본문은 매우 낯선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예수님께서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말씀을 제자들에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내 마음이 매우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고 하셨습니다.(38절) 이 말씀을 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전혀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이 아닙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약함과 고통에 대해 다양한 신학적 설명이 가능할 것입니다. 당시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동일한 인성을 가지고 계셨고, 우리가 겪는 두려움과 고통을 그대로 겪으셨기에 십자가를 앞두고 마음에 근심하신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예수님께서는 히브리서 4장 15절 말씀처럼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은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겟세마네 동산의 예수님의 모습은 인성을 지닌 예수님의 약한 모습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예수님께서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는 말씀을 읽을 때마다 우리 자신이 그러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우리들도 세상을 살다보면 고민하여 죽게 될 때가 있습니다. 탈진하고 낙심하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떨어집니다. 심지어 구약의 대표적 예언자인 엘리야까지도 바알 선지자 및 그들을 옹호하는 이세벨의 세력과 맞서는 일에 지친 나머지 로뎀 나무 아래 누워 차라리 죽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졌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런 고통의 모습은 우리에게 결코 생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감이 납니다. 우리도 이런 상태에 있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매우 고민하여 죽게 된 상태에 있는 것은 개인만은 아닙니다. 지금 한국교회 전체가 그 지경에 이르러 있습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링 위에 쓰러지기 직전에 몰린 권투선수와 같습니다. 한국교회는 강펀치를 너무 많이 맞았습니다. 대형교회 목회자의 성적 스캔들에 오른쪽 얼굴을 맞고, 많은 감동을 끼치던 목회자들의 법정 구속으로 인해 왼편 얼굴을 맞았습니다. 사회 각계각층으로부터 비난의 펀치를 너무 맞아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교인 감소라는 상황 아래서 다리가 풀린 선수처럼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처럼, 우리도 미래가 막막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다시 설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다시 사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그 비결을 예수님으로부터 배워야 하겠습니다. 예수님의 비결은 간단했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그게 비결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죽으심을 통해 다시 사셨고, 만왕의 왕이 되셨습니다. 죽을 지경에 몰린 예수님은 차라리 죽는 편을 택하심으로써 다시 사시는 역설적 승리를 보여주셨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이 있었기에 예수님의 부활도 있었습니다. <차라리 죽어라! 그러면 살고 이길 것이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승리의 비결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시점에서 다시 살려면 죽어야 합니다. 한국교회의 교만, 욕망, 교권주의, 이기적 교단주의, 혹은 개교회주의, 지나친 명예욕, 물질만능주의, 경쟁적 교회부흥운동, 남을 정죄하고 자신의 의를 자랑하는 마음들이 모두 죽어야 합니다. 이 모든 부끄러운 것들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면, 우리는 분명히 다시 살고 승리할 것입니다. 살려고 하면 죽습니다. 그러나 죽으면 살 것입니다. 모두 내려놓고 예수님의 뒤를 따라 우리의 골고다로 올라가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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