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잘 살았습니다
어느덧 2011년이 지나고 새해가 밝아오는 때를 맞이했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진지해지고 간절해지고 예민해집니다. 아울러 한해를 보내는 심사가 불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붙잡을 수 없이 지나가는 시간이 야속하고,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후회가 마음을 누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교우들은 “하나님, 죄송합니다”란 식의 기도를 드리곤 합니다.
본래 기독교인들은 자책(?)하는 데 익숙한 경향이 있습니다. 예배 때마다 대표기도를 드리는 분들은 “지난 한 주간 동안에도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옵소서.”란 기도를 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기도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식의 기도가 매 주일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도를 듣고 나면 마음이 내려앉습니다. 힘이 빠집니다. 물론 저희는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고, 회개의 기도를 드리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가끔은 이런 기도를 드리면 어떨까요? “하나님, 지난 한 주간도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희와 함께 하셨고, 생각지 못했던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고, 또 때에 따라 하늘의 기쁨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예배하는 자리로 인도해 주셨으니, 너무도 감사합니다.”
저는 2011년을 마무리하는 데 있어서도 이런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물론 2011년 한 해 동안 우리가 모든 일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완벽하게 한 것은 아닙니다. 결코 우리는 100점 만 점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에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고 죄송스런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의 지난 삶은 100점도 아니지만, 결코 0점도 아닙니다. 지난 한 해도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셨습니다. 매 순간 순간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나름대로 하나님을 섬기는 데 애를 썼습니다. 열심히 예배하고 찬양했으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마음을 조금이라도 쓴 게 사실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2011년 한 해는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온 해였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2011년을 마무리하면서 너무 마음을 어둡게 가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히려 감사한 일, 기뻤던 일, 흐뭇했던 일만 가슴에 남기길 원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요단강을 건널 때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강바닥, 즉 제사장들의 발이 굳게 디디고 서 있었던 곳에서 돌 열두 개를 취하여 길갈에 세우라고 하셨습니다. 그 기념돌 열두 개는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기적적으로 요단강을 건너게 된 것을 기념하고 기억하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후세에 자손들이 그 돌의 유래를 물으면, 요단강에서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이야기해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잊지 말고 후손들에게 물려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무렵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요단강을 건너는 은총의 기적만 있었을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 무렵 부모를 잃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다쳐서 부상을 입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병이 들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가정불화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중 어느 것도 후세에 물려주거나 기억하라고 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런 아픈 기억은 다 잊어야 합니다. 기억할 것은 은혜뿐입니다. 하나님께서 도우셔서 요단강을 건넌 기억,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던 기억, 아름다운 기억만 가지게 하셨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는 1989년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목록에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 때나 지금이나 모든 사람은 상실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상실의 아픔을 디디고 일어서야 합니다. 상실한 기회, 상실한 시간, 상실한 사람들, 상실한 소중한 것들 때문에 아파하지 말고, 2011년 한 해 동안 하나님께 받았던 은혜만을 기억하길 원합니다. 그리하여 이 해를 기쁨과 감사로 마무리하길 원합니다. 이런 감사의 바탕 위에서 2012년을 맞이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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