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민(親民)과 신민(新民)
본문/롬 12:1-2
저는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다보니 역사 드라마를 종종 보게 됩니다. 언젠가‘성균관 스캔들’이란 드라마를 잠시 보게 되었는데, 조선시대 엘리트 교육의 산실이었던 성균관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그 중에서 매우 인상적인 장면 하나가 기억납니다. 일 년에 한 번씩 성균관 유생들이 학문을 겨루는 대회가 열리고, 그 대회에서 장원을 하면 특별히 임금께서 하사품을 내립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하사품이란 게 오늘 우리가 흔하게 먹는 제주산 귤이라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귤을 먹을 때마다 성균관의 장원한 유생 부럽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 날 학문을 겨룬 끝에 맨 마지막에 유생 두 명이 남았습니다. 그들에게는 임금이 직접 내린 질문이 주어졌고, 그 질문에 정답을 낸 사람이 장원을 차지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 날 임금이 내린 질문이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 질문이란 “조선 양반 사대부들이 백성들에 대해 가지는 가장 큰 사명은 무엇인가?”였습니다. 저는 이 질문이 마치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대해 가지는 가장 큰 사명은 무엇인가?”로 들렸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두 유생은 나름대로 답을 냈는데, 그 답이란 게 하나는 “친민(親民)”이었고, 다른 하나는 “신민(新民)”이었습니다.
두 답안 모두 절묘했습니다. 친민은 백성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말합니다. 백성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양반 사대부의 사명이라니, 멋진 대답이었습니다. 신분의 상하관계가 엄격하던 조선 사회에서 양반이 일반 평민들과 심지어 천민들과도 가까이 지낸다는 것은 얼마나 놀랍습니까? 양반과 일반 백성이 가까이 지내려면 백성이 양반에게 다가설 수는 없으므로, 양반 편에서 자신의 신분을 버리고 백성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자신의 자리를 떠나 천한 이들에게로 다가선다는 주제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합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하늘 보좌를 떠나 이 천한 세상 사람들에게로 다가오신 성육신 사건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야말로 친민의 모델이십니다.
우리도 친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보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했고 약한 사람들, 우리에게 별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들 곁으로 우리가 먼저 다가서야 합니다.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이 성탄의 계절에 “낮아져 친민함”이란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고 살길 원합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씀드린 드라마에서 장원에 뽑힌 답은 친민이 아니었습니다. 임금이 원한 정답은 신민이었습니다. 임금은 양반 사대부의 사명은 단순히 백성과 친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임금은 양반들은 백성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사명”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게 신민입니다. 단순히 친하게 지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변화시켜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단지 우리와 친하게 지내려고 세상에 오신 게 아닙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변화시켜 새 사람이 되게 하시려고 오셨습니다. 죄인을 의인으로, 사단의 자녀를 하나님의 자녀로 만들려고 오셨습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 됩니다. 오늘 본문은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고 말씀합니다. 새롭게 되어 변화되는 것, 이게 신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친민하는 사람은 환영을 받지만, 신민하려는 사람은 비난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친하게 지내려고 다가오는 사람은 비난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함께 먹고 마시는데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그러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 잡으려는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시 유대 사회를 바로잡고자 하셨기에 강한 저항에 부딪혔고 그 적들은 예수님을 십자가게 못 박은 것입니다.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 먼저 친민해야 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신민에 이르러야 합니다. 먼저 세상에 다가서야 하고, 그 후에는 세상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먼저 새로워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성탄 계절에 예수님께서 보이신 친민과 신민의 가르침을 마음에 담길 원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