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에서 중심으로
행 1:6-11,2:5-14
한국 교회 역사는 그 위치와 평가에 따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전반부는 한국 교회가 민족의 중심에 서 있었던 시기였으며, 후반부는 변두리로 서서히 밀려난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중심에서 변두리로!>, 여기 우리의 아픔이 있습니다.
갈릴리는 변두리였습니다. 지리적으로 변방이었으며, 민족적으로는 ‘이방의 갈릴리’였고,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변두리였습니다. 반면에 예루살렘은 정치, 경제, 종교, 문화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세계의 종교와 정신을 주도하고, 문명을 창출한 기독교의 핵심 세력은 그 변두리에서 배출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서 약 오리 거리인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셨습니다만,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활동하지 않으시고 갈릴리 나사렛에서 자라나셨고, 갈릴리를 주무대로 활동하셨습니다. 갈릴리 사람들은 하나님 나라의 첫 백성으로 초대받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예수님의 많은 이적들도 갈릴리에서 행해졌습니다. 그 결과 오순절에 수 천 명의 순례자들에게 설교한 것은 예루살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예루살렘은 오랫동안 중심지였으나, 예루살렘 주민들은 평소에 깔보던 변두리인들인 갈릴리 사람 베드로의 설교를 듣는 입장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중심인이 아니었습니다. 중심부에는 얼마 전까지 변두리인이었던 갈릴리 사람들이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갈릴리 사람들이 주도한 기독교는 세계의 중심인 로마까지 석권했습니다. 그들은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진입하여 세계를 선도했습니다.
갈릴리 사람들이 중심에 서게 된 것은 그들이 권력과 부를 움켜쥐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중심에 설 수 있었던 비결은 그들이 예수님 사건의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갈릴리 사람들은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 현장에 있었습니다. 본문은 그들이 예수님의 승천의 목격자들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반면 예루살렘 사람들은 예수님 사건의 변두리에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역사의 중심이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주도하시는 사건의 중심, 예수님 사건의 중심에 서는 사람들이 하나님과 함께 역사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갈릴리 사람들은 예수님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 교회가 다시 중심이 되기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제도 정비, 현수막과 구호로 상징되는 사회 참여 등이 아닙니다. 대형 예배당을 짓고, 주차장을 늘림으로써 중심에 설 수는 없습니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예수님 사건의 중심에 서는 일입니다. 한국 교회는 다시 예수님의 십자가 아래 서야합니다. 다시 빈 무덤 앞에 서야합니다. 다시 승천의 언덕 위에 서야합니다. 다시 예수 그리스도 앞에 빈 손들고 서야합니다.
또 한 가지 시급한 일은 우리 자신을 미련하고 약하고 천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초기 오십여년 동안 한국 교회는 너무 약했으나 역사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이랬던 교회가 해방 이후 교세, 재정 등이 급속하게 성장했으나 오히려 변두리로 밀려났습니다. 여기 역설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미련하고 약한 이들을 택하셔서 지혜있고 강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는 분입니다. 다시 약함을 고백하고 엎드리면 중심에 서게 될 것입니다.
요셉과 다니엘은 변두리인들이었습니다. 요셉은 노예요, 죄수였습니다. 다니엘은 포로로 끌려온 청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철저히 하나님 중심으로 설 때, 자신들의 약함을 알 때,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총리로서 역사의 중심에 서게 하셨습니다.
한국 교회는 다시 한국의 중심에 서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주신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한 편 손이 마른 사람에게 “한 가운데 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다시 중심에 진입하고자 하는 꿈을 꾸어야 합니다. 역사의 중심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룰 꿈을 안고 새해를 맞이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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